|
D램 시장에서 또 다시 ‘치킨게임’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단어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하다. 공급량 증가와 가격 인하를 통해 상대 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후 그 틈을 타 공격적인 투자로 점유율을 늘리는 방식이다. 마치 자동차 두 대를 각각 모는 운전자가 서로 충돌할 때까지 마주보며 달려오다 먼저 피한 사람에게 ‘겁쟁이’라는 의미의 은어로 쓰는 ‘치킨’이라고 놀렸다는데서 유래했다.
이런 치킨게임이 D램 시장에서 격화됐던 시기는 2000년대 중후반이다. 90년대부터 조금씩 조짐을 보이던 이 시장의 치킨게임 양상은 2009년 독일 키몬다의 파산, 일본 업체들의 몰락 후 빅딜을 통한 ‘엘피다’로의 통폐합으로 이어졌다. 결국 엘피다마저 2014년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되며 D램 시장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세개 업체가 시장을 나눠갖는 과점 형태가 형성됐다.
◇60% 육박하는 삼성 D램 이익률
이후 한국의 두 업체가 약 70%를, 미국 마이크론이 30% 가량을 점유하는 형태로 시장을 이어오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치킨게임 이전부터 1위를 달려 온 삼성전자는 기술 격차는 물론 전체 시장의 물량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러한 호황에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공급 부족(Shortage) 현상이 함께 작용했다.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일시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갈수록 미세공정의 기술 난이도 자체가 높아지면서 빠른 증설이 어렵다는 점에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치킨게임 시나리오, 결국 중국의 진입에 대비한 견제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40% 중반대인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에 대해 “(평택 증설 추진은)당장의 상황보다는 2~3년 후 상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풀이하면 결국 삼성전자의 치킨게임 시도는 시장에 신규진입하려는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점유율을 더 늘릴 경우 자칫 반독점 관련 법 위반으로 일부 국가에서 조사와 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시장 내 업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진입자를 경계한 행보로 봐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D램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기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므로 어떻게 보면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미리 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