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A, 그 이후]2년전 카카오의 베팅은 성공했을까

  • 등록 2017-08-12 오전 10:05:00

    수정 2017-08-12 오전 10:05:00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운명을 바꿉니다. 한 번의 거래가 죽어가던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잘나가던 기업을 쓰러트리기도 합니다.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고 덩치를 키우게 된 기업들의 그 이후 이야기를 최신 재무제표를 가미해 쉽게 풀어쓰는 시리즈를 이어 나갑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외형을 키우려다 무리수를 뒀다.” 지난해 초 카카오가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을 약 1조9000억원에 샀을 때 시장 반응은 이처럼 냉담했다. 가격만 놓고 봤을 때는 수긍할 만한 우려였다. 2015년 기준 에비타(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가 826억원 수준인 회사를 20배에 가까운 가격에 사들였으니 말이다. 통상 국내 M&A시장에서 매물에 대한 가치가 10배 안팎에서 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썼던 셈이다.

반면 로엔 지분을 보유했던 사모펀드 어피니티와 SK플래닛은 대박을 쳤다. 어피니티는 2013년 약 3000억원에 산 지분(61.4%)을 1조5000억원에 넘겼다. 3년 만에 네 배 높게 넘긴 것이다. SK플래닛(15% 지분보유)도 4000억원에 가까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로엔을 샀다는 평가가 나올법한 거래였다.

로엔 주가. 출처:네이버
하지만 카카오의 생각을 달랐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로엔이 꼭 필요한 존재였다. 제대로 된 음악플랫폼을 확보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카카오의 로엔이 새 성장 엔진이 될 것이란 계산 아래 창사 이래 최대 빅딜을 진행한 것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면서 성과를 자신했다.

당시 거래조건을 보면 카카오만 위험을 짊어진 것은 아니었다. 카카오는 매각대금 가운데 7500억원을 카카오 신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카카오의 부담을 덜면서도 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SK플래닛로선 투자금을 회수하면서도 카카오가 성장하면 수익을 함께 얻는 구조를 짰다. 대신 카카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매각자들도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구조다. 어피니티 등도 위험부담을 떠안으며 카카오와 로엔의 조합에 베팅을 한 거래였던 셈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선택은 옳았을까. 한때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모바일 공룡 카카오는 올 들어 가파른 실적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년전과 비교해 67.7% 증가한 446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4.4% 증가한 4684억4300만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카카오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9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처:한국신용평가


2년 전 인수한 로엔이 효자 노릇을 한 결과다. 로엔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2.2% 늘어난 1348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디지털 음원 서비스 가격 인상이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유료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속적인 유료가입자가 늘고 카카오톡 프로모션을 통해 노출이 늘어나면서 실적호조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로엔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멜론의 유료가입자가 연말께 44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보다 약 50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협업 시너지라고 평가했다.

카카오 주가. 출처:네이버
카카오는 로엔 인수 이후 늘었던 재무부담도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카카오는 로엔 인수 직후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약 3500억원까지 증가했는데, 영업에서 창출한 잉여자금과 해외 투자유치를 통해 순차입금 감축(2017년 3월 말 기준)으로 499억원까지 줄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카카오는 로엔이란 새 엔진을 제대로 장착했고, 로엔은 카카오를 든든한 배경 삼아 덩치와 내실을 키우는데 성공한 것이다. 어피니티도 지금까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매각대금 대신 받은 카카오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서다. 카카오 주가는 2014년 합병 기대감에 18만원대까지 치솟다 지난해 11월 7만원 밑으로 떨어지며 바닥을 친 뒤 최근에는 11만원 대까지 뛰었다(오른쪽 그래프 참조).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이해당사자가 모두 윈윈한 M&A의 매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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