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성형외과 '한류'업고 신사동까지 넘보나

중국인 환자 5년새 10배 이상 급증세
성형외과 '중국인' 공략 위해 대형화
  • 등록 2014-08-02 오전 11:01:07

    수정 2014-08-02 오전 11:01:07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整形外科’. 서울지하철 압구정역 3번 출구에 나오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국어다. 이 낯선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야에 가득한 ‘△△성형외과’ 간판과 짝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 성형외과들은 중국어 간판을 설치하고 중국어 통역사를 고용하는 등 중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임현영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일대. 지하철 역에서 도산대로까지 이어지는 약 700m의 거리는 40여개의 건물에 200곳이 넘는 성형외과가 밀집한 곳이다. 일명 ‘압구정 성형외과’라는 고유명사가 탄생한 장소. 최근 압구정은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여타 아시아 여성들의 ‘의료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 중이다.

◇ 신사동과 인접한 도산대로로 확산 중인 성형외과 건물

이곳 성형외과들이 국내 경기침체, 미용·성형 부가세 부과, 국세청의 탈세조사라는 ‘3대 악재’에도 건재했던 것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인 의료관광객 때문이다. “중국인 환자가 강남 성형외과를 먹여 살린다”는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외국인환자 유치 통계를 보면 2009년 4735명이었던 중국인 환자 수는 2013년 5만6075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성형외과를 찾는 전체 외국인환자 수를 보더라도 2851명에서 2만4075명으로 5년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중국인 성형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규모를 키우다보니 압구정 성형외과들이 전통적인 압구정 상권을 넘어 신사동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성형외과 골목이 끝나는 논현로 남단과 이어지는 도산대로 쪽으로 개원을 준비하는 대형 성형외과들이 늘고 있다.

도산대로는 신사동과 청담동에 걸쳐 있는 왕복 10차선 도로로 역삼·논현·삼성동에 이르는 강남 남단 상권과 신사·압구정·청담동이 속한 북단 상권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특히 서쪽으로는 신사동 가로수길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압구정 성형외과 거리를 잇는 교차로로 통한다.

압구정에 위치한 J공인중개소 최욱환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증가한 몇몇 기업형 성형외과들은 발빠르게 도산대로로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며 “15평 상가당 보증금 1억에 월 600만~700만원까지 달하는 등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곳은 기존 성형외과의 메카인 압구정동과 가까우면서 신사동 상권으로의 진입도 가능해 문의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압구정역 인근에 몰려있는 성형외과들이 대형화하면서 신사동쪽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 상권도 변화하고 있다. (사진 임현영 기자)
◇ 인근 상권에도 활력소 될까

대형 성형외과가 생기면서 근처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진료를 마친 환자뿐 아니라 병원 직원들까지 합쳐 유동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신사동에 위치한 커피숍 점원 김형식씨는 “건너 편에 큰 성형외과가 생기면서 진료를 받은 손님이 자주 들른다. 특히 중국인도 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성형외과 바로 옆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주인도 “성형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려는 손님들이 늘었다. 앞으로 대형 성형외과가 더 생기면 매출이 증가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사동에서 7년간 웨딩드레스 대여 매장을 운영해온 박 모씨는 “2~3년 사이 이 쪽(도산대로)으로 대형 성형외과가 많이 생겼다. 여기는 신사동 가로수쪽 상권이랑도 가까우니 매출 상승에 더 유리할거다. 실제로 옮기고 나서 매출이 엄청 늘었다고 한다”라고 언급하며 “하지만 아직 성형외과가 생긴지 얼마 안 돼 아직 매출 신장을 논하기는 이른 단계인 것 같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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