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해서 30대 초반인 외환위기 때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그 후로 긴 시간을 외롭게 보냈습니다. 이곳에 와서 공부도 하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꼭 다시 일어설 겁니다.”
경남 통영의 죽도 중소기업연수원에서는 지난 3월5일부터 4주간 ‘제 2기 중소기업 경영자 재기교육’(패자부활캠프)이 열렸다. 이 교육은 작년 8월 재단법인 인가를 취득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주최했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과 정부 관계자 등 50여명은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1박2일간 연수원을 찾아 재기 교육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수료증을 전달했다.
전직 CEO였던 재기교육생 20명은 이구동성으로 부도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교육생 김정엽(51세)씨는 “재창업을 하려고 해도 신용불량자 기록이 남아있어 은행과 보증기관이 대출을 기피한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얼마간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해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창업자금으로는 시제품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사업 실패 후 재창업에 성공한 김만도 지에스피 대표도 “법원에서 개인회생에 대한 인가는 났는데 주거래은행에 남아있는 사업실패 기록까지 사라지진 않았다”고 재창업의 어려운 점을 말했다.
교육생들은 재기를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채무는 개인 회생·파산 절차 등을 통해 없어지지만 국세·지방세 등 세금은 감면제도가 없어 정부지원사업을 따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생은 “사업을 하면서 열심히 세금을 냈지만 실패 후에는 체납된 세금에 대한 감면제도가 전혀 없었다”며 “감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유예기간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지원을 해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금을 받아간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2010년 15억원에 불과했던 재창업자금 지원이 작년에는 122억원까지 확대됐다”며 “세금 감면 문제 등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은 관계부처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재창업자금 지원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존에는 녹색·신성장, 부품·소재 등의 전략업종만 지원대상에 포함됐지만 앞으로 일반업종으로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건설업과 법무·회계서비스, 자동차 판매업 등에도 지원이 허용된다. 또 지원대상도 부채규모 1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완화한다.
또 오는 4월 2일부터는 신용회복위원회 내에 재창업위원회가 설치돼 재기를 원하는 기업인들에게 자금융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