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라는 말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치열하다는 편이 맞다. 너무 튀지도 또 뒤처지지 않게 적당히 중간을 선호하게 마련인데 `예스맨`으로 불리는 그는 여행사 직원 5년차 대리다.
모두투어네트워크 차정훈 중국사업부 대리(31남)는 "여행에 대한 동경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삶 한가운데 있는 여행이 좋다"고 말한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꽂혀 여기까지 달려온 차정훈 대리를 만나 `여행`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여행도 자주 다닐 것 같고 여유롭게 직장생활을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항공 스케줄이 나오면 현지 호텔을 수배하고, 가볼만한 여행지를 선택해 상품을 기획하면 대리점을 통해 영업을 하는 방식이에요." "서비스업이다보니 사람과 부딪힐 일도 많은데 사소하게 던진 말에도 상처받기 일쑤죠.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에 여행을 직업으로 꿈꾼다면 큰 오산입니다. 어설프게 도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죠."
차 대리 역시 드라마 `호텔리어`(2001년작)를 보고 막연한 동경에서 출발했다. 주인공 배용준의 말끔한 차림은 어린 그가 보기에도 멋져 보였던 것.
고등학교 시절엔 `등산부`에 들었다. 역사 시간을 좋아했던 만큼 `중국`이라는 나라에 늘 호기심이 많았다. 대학에서도 관광경영을 전공한 그는 단호했다. 여행사, 아니면 항공사, 무역회사에 입사할 것이라는 다짐만 있었다.
◇여행, 감동을 주는 업(業)=2007년 10월, 드디어 모두투어 최종면접에 합격했다. 하지만 때로 여행은 현실에서 더 혹독했다. 여행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은 참을 수 있었다.
차정훈 대리는 입사 후 그때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만두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늘었어요. 저도 혼란스러웠죠. 드라마 속 얘기는 그냥 시나리오였을 뿐이죠.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였을 거예요. 대선배가 해준 말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며 버텨왔죠."
세상의 수 많은 직업 중에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은 많지 않다는 것. 때론 예기치 않는 이유로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지만 `여행`은 `웃음`을 주는 직업이라 선배의 말을 곱씹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직 갈 길은 한참 멀었죠. 보람을 느껴요. 여행은 국가의 성장동력이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도 여행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제 그런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선배가 됐다고 했다. 중국사업부 내 직속 후배도 9명나 된다.
"선배들이 제게 해줬던 만큼 저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선배랄까.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내 이름 석자 알리고 싶어=중국 현지에서도 그가 등장하면 `컴플레인`이란 있을 수 없다.
"제가 전담하고 있는 중국 여행지 대부분이 `장가계`, `곤명`이거든요. 때문에 효도 관광이 많아요. 아들이 부모께 해드리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해요. 고맙다, 수고했다는 어르신들의 짧은 말은 `엄마`한테 칭찬 받는 일처럼 기분을 좋게 만들죠."
사내모델까지 해봤단다. 그는 제 이름 석자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사내모델 활동으로 2년 동안 모두투어 홍보물 책자에 그의 얼굴이 찍혔다.
"부모님이 많이 흐뭇해하셨어요.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도 내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입니다. 마누라는 극구 말렸지만. (하하). 너무 튀지 말라고요. `모두투어 하면 차정훈`, `중국 통(通) 하면 차정훈`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중국 현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거져 얻을 수 있는 일은 없죠. 때문에 열심히 정진 중입니다."
"선배 말처럼 여행지에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게 남을 행복하게 하는 건데, 그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