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대한전선, 재무개선 `~ing`…"문제는 속도"

신평사 1곳 등급 내려...채권銀 "장부상 매각손 반영한 듯"
자구노력 성과 불구 "경기가 안도와주네"
  • 등록 2011-06-23 오전 10:30:03

    수정 2011-06-23 오전 10:30:03

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23일 10시 0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수연 기자] "재무구조개선 약정 진행상황을 마라톤에 빗대자면, 40Km를 지나 마지막 꼭지점에 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희전 대한전선 사장이 했다는 말이다.

그런 대한전선(001440)이 뜻밖의 돌부리에 채였다. 지난 21일 한국신용평가가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중 상대적으로 `덜 깐깐하다`고 여겨지던 한신평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신정평가는 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필 지금 등급이 내려간 건 신평사가 6월에 정기평가를 실시하기 때문. 비록 처음 희망했던 대로 이달 5월에 약정 졸업은 못했지만, 지난 2009년 주채권 하나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착착 진행하던 도중이다.

대한전선이 정상화로 가는 궤도 안에 있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다. 문제는 속도다. 그리고 드물지만, 가끔은 속도가 기차를 철길에서 이탈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장에서 대한전선에 대해 의문부호를 완전히 떼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기업 내용 좋아진건 분명한데… 한신평 노재웅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전체 차입금이 과하고,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 영향을 받은 것을 반영해 정기평가에서 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EBITDA/이자비용이 1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돼 차입금 부담이 크며, 앞으로 차입금이 줄어드는 추세도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 3월 기준 대한전선의 순차입은 1조6028억원, 부채비율은 484%였다.

반면 현재의 등급을 유지한 한기평의 오수아 선임연구원은 신평사간 등급이 엇갈린데 대해 "우리가 매긴 등급 전망에도 `네거티브`가 붙어 있으니 (등급 내 안정성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건 자명하다"며 "다만 발생하고 있는 재무상 변화들을 등급에 반영할 시기에 대한 (신평사간)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빠듯하게 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현금흐름이나 생산성은 좋아졌는데, 구조조정 과정서 갖고 있는 자산을 장부가보다 낮은 값에 처분할 경우 장부상 매각손이 나타나니 자본감소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장부 변화를 보고 신평사 한 곳이 등급을 내린 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체 내용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나 대한전선은 아직까지 구조조정 중인 회사"라며 "차입도 더 줄여야 하고, 올해도 추가 감축과 자산 처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계속 좋았던 주력 전선업의 다음 분기 실적이 더욱 인상적이라든가 하는 이벤트가 있으면 아직 `긴가민가` 하고 있는 시장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최근 대한전선과 하나은행은 기존 재무약정 일부를 보완, 2011년판 재무개선약정(MOU)을 다시 맺었다. 내년에 약정 졸업이 가능할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주 잘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의지가 분명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도울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시작도 끝도 부동산

관계자는 이어 "결국 문제는 속도인데, 부동산 매각이라는게 2년 넘게 준비해도 이런 경기에선 성사가 쉽잖다"고 덧붙였다.

대한전선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부동산이 컸다. 국내 전선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002년부터 사업다변화와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이때 인수 또는 투자한 것이 무주리조트, 명지건설, 온세텔레콤, 이탈리아 전선업체 프리즈미안 등 10개 회사다. 차입이 한껏 이뤄진 상태에서 터진 2008년 9월 글로벌금융위기가 유동성위기로 이어졌다.

때문에 2009년 주채권 하나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게 됐다. 차입금을 1조5000억원 이하로 줄이고, 부채비율은 200%대를 유지한다 등이 골자였다. SK그룹 출신인 손관호 회장을 영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2010년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1조1600억여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에도 계열 구조조정과 추가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신호지구 부동산을 팔았고 남부터미널, 시흥공장 부지도 매각추진중이다. 지분투자한 노벨리스코리아 상장도 추진한다.

또 올들어 회사채발행(2500억원) 무주리조트매각(1360억원) 하나은행 대출(ABL 2000억원)등으로 5월말 기준 4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대한전선측 역시 "지난 3년간 국내 어느 기업보다 성실히 구조조정을 진행, 성과도 많았으나 워낙 벌여놨던게 많아 갈길이 남았다"면서 "내년까지 전선사업 위주로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하지만, 부동산 부지매각은 서두르고 싶어도 경기가 나쁘고 2000억원이 넘는 굵직한 물건을 소화할 건설사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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