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을 풍미했던 실리콘밸리의 상징적 인물들은 이제 나이가 들었다. 반면 그들의 사업체는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해졌다. 인터넷 거품이 붕괴된 후 10년만이다.
한 때 신뢰를 잃었던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최근 증시의 유망 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IT에 대한 달라진 평판
1999년 이후 IT 업계의 지형도는 크게 바뀌었다. 기업들은 통합되고 정리되고를 반복했다. 수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실적은 개선됐고 현금은 쌓였다. IT업종은 2007년 이후 배당을 늘려 온 몇 안되는 업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격변에서 살아남은 시스코와 애플, 오라클은 과거에 비해 덩치가 커졌으며, 재무적으로 튼튼해졌고,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사비타 서브라마니언 메릴린치 스트래티지스트는 "IT 업종은 성숙해졌고 변동성이 작아졌다"면서 "여전히 장기적 실적 전망도 좋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벨스키 오펜하이머자산운용 스트래티지스트는 "IT는 미국 증시에서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우선시되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뮤추얼펀드를 통해 애플, 휴렛팩커드(HP), 구글, 쥬니퍼네트웍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올 들어 증시 강세 주도
|
IT주의 이같은 선전은 경기후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과 개인이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 기기들을 구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IT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IT 업종의 과도한 경쟁이 사라졌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현재 러셀1000 지수를 구성하는 IT 종목의 수는 2000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IT 기업들의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로 인한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마크 샐진저 노로드펀드인베스터 편집인은 "지금의 IT 업종은 인터넷 거품 당시와 비교할 때 매우 견고해졌다"며 "이들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이익을 내고 있는 고품질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 IT주에 대한 불신은 걸림돌
IT 업종에 대한 달라진 평판과 주가 강세에도 불구, 지난 2000~2002년 막대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술주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불신은 IT 업종의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다.
아직까지 IT주를 신뢰하지 못하는 투자들은 대형 IT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토언 트랜 모닝스타 리서치 이사는 "불안감을 극복하려면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입증된 종목에 초점을 맞추라"며 "IT 업종은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의 벨스키도 "대형 IT 기업들은 현금 보유 비율이 높고, 다양한 제품군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대형 IT주 투자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