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다자녀가구 주택세일은 `反시장주의`

  • 등록 2009-02-27 오전 9:50:29

    수정 2009-02-27 오전 9:50:29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다자녀가구에 대한 분양가 인하를 지시한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고민에 빠졌다.

다자녀가구에 대한 분양가 인하 방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질 게 뻔하다는 점에서 국토부로서는 부담이 크다.

이 대통령이 다자녀가구에 대한 배려를 위해 주택정책 차원에서 지시한 사항은 크게 3가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자녀를 3명 이상 둔 다자녀 가구에는 주택분양에 우선권을 주고, 임대주택도 우선 공급하고, 분양가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다자녀가구에 대한 주택 우선분양과 임대주택 우선공급은 시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선 특별분양, 청약가점제 우대 등을 통해 이미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선 전체 공급주택의 3% 범위 내에서 3자녀 이상을 둔 가구에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총 84점으로 돼 있는 청약가점에서 3자녀에 배우자를 포함해 부양가족이 4명인 경우에는 높은 점수(25점)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별분양 비율을 지금보다 높이면 우선분양 문제는 해결된다.

문제는 분양가 인하다. 대통령 발언의 포인트는 분양가를 차등화해 다자녀가구에게 싸게 공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 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분양가 인하를 추진할 경우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비록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특정 계층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에 어긋난다며 분양가 통제시스템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적극 나서는 국토부로서도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다자녀가구 분양가 인하 지시는 해당 가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몇 개월만 기다리면 새 아파트에 대한 파격 세일이 시작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2자녀 가구에게도 자녀 하나만 더 낳으면 싼 주택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애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 생활고로 자녀 하나를 키우기도 버거운 사람들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자녀수에 따라 상품가격(분양가)을 차등화 한다는 게 시장경제에 맞느냐는 것이다. 다자녀가구를 대상으로 일회성 경품마케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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