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만에 ‘수퍼맨 리턴즈’를 내놓아야 하는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의 간부들과 감독 브라이언 싱어는 한동안 고심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나온 ‘수퍼맨 리턴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종교적 색채이다. 크립톤 행성의 가공할 능력을 지닌 외계인 아버지는 “사악한 유혹에 약한 인간을 인도하라”는 사명과 함께 아들 수퍼맨을 지구에 보내고, 지구에 내려온 아들은 인간들에 의해 수난당하다 부활해 결국 세계를 구한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수퍼맨이 십자가 위 예수와 같은 자세로 천천히 우주 공간에서 떨어지는 모습 등 직접적으로 기독교를 상징하는 장면들까지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제목에 대한 옳은 번역이 ‘돌아온 수퍼맨’이 아니라 ‘수퍼맨의 재림’일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감독은 수퍼맨이 숙적인 악당 렉스의 북미대륙 침몰 흉계에 맞서는 ‘수퍼맨 리턴즈’를 만들며 나머지 요소들은 충실히 이전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했다. 수퍼맨은 그 사이에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여기자 로이스에 대한 한결 같은 애정으로 여성팬들을 낭만적 사랑의 환상에 젖게 만들고, 다른 어떤 수퍼 히어로도 따르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남성팬들을 위대한 영웅의 판타지에 빠져들게 한다. 새 배우들이 캐스팅되긴 했지만, 로이스와 렉스부터 사진기자인 동료 올슨까지 이전 시리즈 주요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재등장하기도 한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을 만들 때 브라이언 싱어가 보여준 빛나는 재기와 날카로운 지성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익숙한 기대가 감독의 창의성을 짓누르고 밋밋한 영웅담을 만들게 한 것일까. ‘수퍼맨 리턴즈’는 꼬리를 물고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속편 제작 관행이 재능 있는 감독의 무덤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흔하디 흔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