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렸건만, 돌아온 당신은…

''수퍼맨 리턴즈''
감독의 창의력은 사라지고‘속편의 한계’밋밋한 영웅담
  • 등록 2006-06-30 오후 3:00:00

    수정 2006-06-30 오후 3:00:00

[조선일보 제공] 이젠 수퍼맨을 복귀시킬 때도 됐지. 지난 몇 년처럼 ‘수퍼 히어로’ 영화가 잘 되고 있는 때도 없는데, ‘수퍼맨’은 이 분야 원조 아닌가. 그런데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해 대히트했던 ‘수퍼맨’이 나온 게 벌써 28년 전이고, 그후 숱한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 나왔으니, 이번엔 어떤 쪽으로 액센트를 줘야 하나? 성장영화적인 드라마의 재미는 ‘스파이더맨’이 했고, 영웅의 복잡한 심리 묘사는 ‘배트맨’이 했고, 떼로 몰려나오는 물량 공세는 ‘엑스맨’이 했고… (심지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깜짝쇼는 한국 영화 ‘홍반장’까지 했으니!)

30여년 만에 ‘수퍼맨 리턴즈’를 내놓아야 하는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의 간부들과 감독 브라이언 싱어는 한동안 고심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나온 ‘수퍼맨 리턴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종교적 색채이다. 크립톤 행성의 가공할 능력을 지닌 외계인 아버지는 “사악한 유혹에 약한 인간을 인도하라”는 사명과 함께 아들 수퍼맨을 지구에 보내고, 지구에 내려온 아들은 인간들에 의해 수난당하다 부활해 결국 세계를 구한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수퍼맨이 십자가 위 예수와 같은 자세로 천천히 우주 공간에서 떨어지는 모습 등 직접적으로 기독교를 상징하는 장면들까지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제목에 대한 옳은 번역이 ‘돌아온 수퍼맨’이 아니라 ‘수퍼맨의 재림’일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감독은 수퍼맨이 숙적인 악당 렉스의 북미대륙 침몰 흉계에 맞서는 ‘수퍼맨 리턴즈’를 만들며 나머지 요소들은 충실히 이전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했다. 수퍼맨은 그 사이에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여기자 로이스에 대한 한결 같은 애정으로 여성팬들을 낭만적 사랑의 환상에 젖게 만들고, 다른 어떤 수퍼 히어로도 따르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 남성팬들을 위대한 영웅의 판타지에 빠져들게 한다. 새 배우들이 캐스팅되긴 했지만, 로이스와 렉스부터 사진기자인 동료 올슨까지 이전 시리즈 주요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재등장하기도 한다.

새롭게 수퍼맨 역을 맡은 스물일곱 살 브랜든 루스는 정말 ‘수퍼맨’에 처음 등장했을 무렵의 스물여섯 살 크리스토퍼 리브와 빼닮았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모범생 스타일 외모로 등장하는 루스는 흡사 극사실주의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 속 컴퓨터그래픽 캐릭터처럼 보일 정도의 비현실적인 질감으로 등장한다.

2억6000만달러의 기록적인 제작비가 말해주듯 ‘수퍼맨 리턴즈’에는 과연 규모 큰 볼거리들이 계속 나온다. 그러나 극 초반 이미 눈에 맞은 총알이 찌그러질 정도로 극강의 위력을 보여주는 수퍼맨의 기본 설정 때문에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액션이 고조되고 긴장감이 배가되는 맛은 찾기 힘들다. 솟아오르는 대륙을 통째로 뽑아내 던져버리기까지 하는 ‘엄청난’ 스펙터클보다 이 영화에서 더 인상적인 장면은 수퍼맨이 연인과 함께 수면을 스치듯 비행할 때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우주 공간에 뜬 상태로 지구를 내려다볼 때의 관조적인 느낌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을 만들 때 브라이언 싱어가 보여준 빛나는 재기와 날카로운 지성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익숙한 기대가 감독의 창의성을 짓누르고 밋밋한 영웅담을 만들게 한 것일까. ‘수퍼맨 리턴즈’는 꼬리를 물고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속편 제작 관행이 재능 있는 감독의 무덤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흔하디 흔한 사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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