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정훈기자] 국내 메이저 운용사에서 속칭 `잘 나가던` 펀드매니저가 오랫동안 틀고 있던 둥지를 떠났다. 그는 "프로페셔널로서 제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받고 싶었다"며 회사의 후광없이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주인공은 얼마전 한투운용에서 제투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 을지로 제투증권 빌딩 9층에 있는 운용본부 사무실에서 edaily 기자와 만난 그에게서 이같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조직 추스리기 최우선..회사 정상화에 기여하고파`
한투운용에서 `에이스` 펀드매니저로 군림하며 9년이나 매니저 역할을 해왔던 만큼 그 꼬리표가 못내 부담스러우면서도 제투운용에서의 기대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이 회사에 온 이후로 너무 운이 좋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투운용으로 오기 전 제투운용 대표이사로부터 운용 전결권을 보장받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자신을 제외한 7명의 주식운용 매니저들도 상대적으로 연륜이 있어 노련한데다 충분한 자질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투운용은 푸르덴셜로의 매각협상 과정에서 다소 느슨해졌으며, 제게는 그런 조직을 추스리는 임무가 주어진 것 같다"며 "서서히 바닥을 다지면서 회사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기여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포부를 가진 김 본부장은 그 첫 작업으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구분된 본부 조직을 통합해 8명의 부서원들이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겸직하게 하고 각 업종을 전담시키는 `섹터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김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자기 책임 하에 직접 주식을 운용하고 싶어하고 펀드 매니저들은 자신의 시각으로 투자할 주식을 고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즉,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모두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철저하게 자기 영역에 대한 평가를 받게 하겠다는 것.
◇ 펀드매니저 역량강화 나섰다..`안정적 수익 내겠다`
조직을 갖춘 후 직원들에게 강도높은 트레이닝을 강조하고 있다. 주식운용본부 구성원들은 1주일에 4번의 기업탐방과 2번의 세미나를 의무적으로 해내야 한다. 종목발굴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현장 학습(field study)가 최우선이라는 그의 신조가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철저한 자기 계발은 "항상 자신이 최고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운용 철학을 가능하게 한다. 최후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는 펀드매니저라면 항상 냉정해야 하고 자신감을 가져야만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그는 제투운용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1차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다만 그는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수익률에만 치중하다 보면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하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회사에서도 우리에게 최고의 실적을 올리라고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영업점에서 안심하고 투자자들에게 펀드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고객 니즈에 맞춰 항상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규모가 작은 제투운용으로 옮겨오면서 수익률을 높이는데는 더 유리해졌다는 설명이다. 과거와 달리 운용 펀드규모가 적어 시장 영향없이 원하는 종목을 마음껏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란다.
◇ `당분간 보수적 투자해야..개인 증시복귀 가능할 것`
주식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그를 만난 김에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지수 700선에서 지지력을 보인 후 770선까지 올라가며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상황이지만, 그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월 증시 하락을 주도한 차이나 쇼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은 더 심해졌고 미국 경기둔화 우려감과 지정학적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주가가 이런 악재를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데다 적극적인 매수주체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3분기 기업실적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며 지수가 한 번은 7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단행됐지만,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고 정부의 재정정책도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그는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당분간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선 안된다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주식을 보유하고자 한다면 재료보다는 실적에 초점을 맞추란다. "3분기와 내년 실적이 상반기보다 더 좋아질 종목을 보유하라"는 게 그의 얘기다.
한편 김 본부장은 증시를 외면하고 있는 개인들은 모멘텀만 주어지면 조만간 증시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들어 가계의 잉여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금리가 떨어지면서 개인들도 투자처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물꼬만 트이면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내년부터 증시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