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겪는 골판지 업계, ‘원지 부족난’이어 ‘가격 인상’ 반발

골판지 산업, ‘원지→원단→박스’ 체계
‘도미노’ 가격 인상 최종 부담은 박스업계
“50% 수준의 가격 인상 충격파 올 듯”
전국 2000여 박스제조업체 연쇄 도산 우려
  • 등록 2020-10-25 오후 12:00:00

    수정 2020-10-25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골판지 시장이 이달 들어 ‘골판지 원지 부족 사태’와 ‘가격 인상’에 휩싸이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골판지 원지를 가져다 중간재인 골판지 원단을 만드는 업체는 ‘심각한 원지 수급난’을 피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완제품인 박스를 만드는 영세 박스제조업체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을 우려하며 ‘가격 인상 철회’ 요구에 나섰다.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이하 박스조합)은 25일 “최근 대양제지의 화재로 공급불균형이 우려되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통보된 25% 수준의 원지 가격 인상은 과도하다”며 “원지 가격 인상으로 골판지 원단 가격도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산업 최하위에 있는 영세 박스제조업체는 최종적인 가격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가격 인상 시 “전국의 2000여 영세 박스제조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가격 인상 철회를 역설했다. 박스조합은 골판지 원단을 사다 완제품인 상자만 만드는 소상공인·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직원 수가 5명~10명, 많아봐야 15~20명에 그친다.

골판지 원단을 가공해 ‘상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
국내 골판지 산업은 ‘폐지→골판지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 등 낱장)→골판지 원단→골판지 상자’로 이어지는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들어 골판지 생산에 들어가는 폐지 물량이 급감한데다 이달 중순에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의 7.4%를 차지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화재까지 겹치면서 ‘골판지 원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국내 전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택배상자 등 수요는 늘고 있어 가격 인상의 트리거(방아쇠)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림페이퍼와 고려제지, 아진피엔피 3곳은 골판지 포장업체들에 20% 안팎의 원지 가격 인상 방안을 통보했다. 나머지 신대양제지와 아세아제지, 한국수출포장 등도 원지 가격 인상에 나서려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박스조합은 이번 가격 인상이 ‘원지→원단→상자’ 등의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골판지 산업의 맨 마지막에 있는 영세 박스제조업체에 부담을 전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스조합 관계자는 “골판지 원지 가격이 25% 오르면, 원단은 15%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럴 경우 박스제조업계가 최종적으로 50% 수준의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골판지 ‘빅5’ 기업은 원지에서 원단, 박스까지 모두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원지 시장의 80%, 원단 시장의 70%, 박스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국내 ‘빅5’기업이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통해 불공정 거래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골판지 원단을 사다가 완제품(상자)만 만드는 박스업계는 납품가에 인상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정작 원지 가격을 올린 골판지 대기업은 계열사를 통해 생산하는 만큼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영세박스업체의 거래처를 탈취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골판지 원단과 박스를 제조하는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도 골판지 원지 ‘부족 사태’에 수급난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골판지 원단과 골판지 상자 등의 연쇄적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골판지 원지 업체에 가급적 수출을 줄여 내수 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골판지 상자 제조업체에도 원지 사재기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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