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미슐랭★식당에서만 쓰는 ‘참기름’이 있다?

‘쿠엔즈버킷’ 참기름 공장 가보니
저온압착 방식 생산해 ‘탄 맛’ 없어
은은한 향, 모든 요리에 잘 어울려
  • 등록 2019-11-22 오전 8:30:00

    수정 2019-11-22 오후 1:39:49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신라호텔 라연, 밍글스, 권숙수 등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받은 식당들은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똑같은 비빔밥도 이것 하나로 맛이 천지 차이로 바뀐다고 한다. 바로 참기름이다. 참기름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일명 ‘별식당’에서는 저온압착 방식의 참기름을 쓴다. 깨를 약하게 볶거나 아예 볶지 않은 ‘저온압착’ 방식의 참기름이 그것이다. 고소함이 강하지 않다. 은은하게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기름을 짜내는 곳이 단 한 곳 있다. 바로 쿠엔즈버킷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쿠엔즈버킷 본사 1층에 진열된 참기름 등 기름류 상품.(사진=강신우 기자)
지난 21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프리미엄 참기름 생산업체 ‘쿠엔즈버킷’을 찾아갔다. 이곳은 ‘도심 속 방앗간’이라고도 불린다. 이곳 참기름을 맛본 한 어르신은 “옛날 먹던 그 맛”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참기름은 ‘강한 고소함’이라고만 알고 있고 그 맛에만 길든 기자가 맛봤을 땐 밋밋했다.

그러나 기존 참기름이 톡쏘는 고소함이라면 이곳 참기름은 은은한 향을 지닌 참기름이다. 참깨를 으깨 입에 털어 넣은 듯한 맛이 난다. 어느 음식이든 그 음식의 지닌 고유 향과 맛을 압도하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기름이다. 이 때문에 우리 음식뿐만 아니라 뉴욕에 있는 다니엘·바타드 등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쿠엔즈버킷 참기름을 쓸 정도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우리가 만든 참기름은 기계 동력이 생기기 전 시절로 돌아가는 정겨운 맛”이라며 “선조들이 가마솥에 정성으로 깨를 볶고 맷돌에 간 다음 사발에 가라앉혀서 얻는 그 옛날 참기름 맛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저온압착 방식의 참기름 공정 과정.(사진=유튜브 채널 ‘강신우의 닥치Go’ 캡처)
시중에서 많이 보는 참기름은 대량생산으로 쉽고 빠르게 생산해 내기 때문에 영양학적 가치는 사라지고 고소함만을 추구하는 양념이 됐다. 참깨는 씨앗 본연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품종과 생산자, 볶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건강한 지방이자 완성된 식품이다. 참깨의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생산 과정은 어떨까. 엄선한 참깨를 깨끗이 씻고 볶는 과정을 거친다. 강한 온도가 아닌 저온에서 원적외선으로 오래도록 볶는다. 이후 냉각기로 상온 상태로 만들고 저온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짜낸다.

갓 짜낸 참기름은 마치 ‘땅콩버터’와 같은 맛이 난다. 아무런 양념을 가미하지 않은 100% 참깨 맛이라고 한다. 이를 한 번도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 그제야 판매할 수 있는 진짜 참기름이 탄생한다. 참기름 200㎖를 얻기 위해선 1kg의 참깨가 필요하다. 가격은 일반 참기름보다 18% 정도 비싸다.

쿠엔즈버킷에서는 참기름을 음식의 향미를 내는 보조 식재료로 보지 않는다. 박 대표는 참기름 그대로 먹고 즐기는 오일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한 숟갈씩 그냥 먹어도 되고 샐러드나 죽, 요거트 등에 소스로 활용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세척 후 참깨.(사진=유튜브 채널 ‘강신우의 닥치Go’ 캡처)
쿠엔즈버킷은 누구나 들러 참기름 생산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컵을 거꾸로 엎어 놓은 느낌이 나는 독특한 모양의 4층 건물. 로비층에는 갓 생산한 참기름이 진열돼 있어 ‘건강한 지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샘플을 맛볼 수 있다. 2층과 3층에서는 공정과정을 훤히 볼 수 있다. 4층은 참깨를 이용한 빵과 쿠기를 굽는 공간인데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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