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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 조정양상이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고조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급락세를 보이자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관망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해킹 피해액이 크게 늘었고 미국 당국은 암호화폐공개(ICO)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악재가 되고 있지만, 역대 최대규모의 크립토 헤지펀드 신설과 같은 호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1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6% 하락하며 740만원대로 밀려났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0.8% 하락하며 6570달러대로 내려왔다. 이더리움은 1% 가까이 하락해 25만원대에 머물러 있고 리플은 4%나 하락 중이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은 10주 지수이동평균선(EMA)이 지나는 6698달러에서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번주 고점인 6730달러까지 감안하면 일단 6700달러에 안착해야 7000달러까지 추가 반등을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의미있는 상승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몇몇 악재들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일단 간밤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취약해졌다는 점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늦추고 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올들어 9월말까지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으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 손실액이 9억2700만달러(원화 약 1조540억원)에 이르러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액을 3배 이상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암호화폐 조사기관인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가 발간한 크립토 자금세탁방지(AML) 보고서를 인용,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피해액이 9억27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연간으로 총 2억6600만달러 피해에 그쳤다. 올 3분기말에 벌써 작년 연간 피해액의 250%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올초 발생했던 일본 거래소인 코인체크의 피해액인 5억3200만달러다. 데이브 제반스 사이퍼트레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모든 해킹사고를 조사하진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해킹 피해액은 이 보다 50% 정도 더 많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실제로도 보고되지 않은 해킹 손실액이 6000만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시장이 올들어 지속적인 약세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암호화폐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역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암호화폐시장 조사기관인 크립토펀드리서치(Crypto Fund Research)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말(1~9월)까지 새롭게 출시된 크립토 전용 헤지펀드는 무려 90곳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연간으로는 총 120곳에 이르는 크립토 헤지펀드들이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럴 경우 올해 설립될 것으로 보이는 전체 600개 헤지펀드 가운데 20%가 암호화폐 투자에 집중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신설 헤지펀드 가운데 16%가 암호화폐 전문사였고 2016년에는 그 비중이 불과 3% 안팎이었다.
실제 조슈아 그나이즈다 크립토펀드리서치 창업주는 “올해 전통적인 헤지펀드 설립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암호화폐에 특화한 헤지펀드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특징적”이라며 “특히 가격 하락과 각국에서의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걸 감안하면 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 만큼 암호화폐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크립토 헤지펀드 외에도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투자펀드(PEF)들이 만든 크립토펀드 가운데 일부분이 헤지펀드로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포함하면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립토펀드는 총 622개에 이르고 있고 이 가운데 303개 정도가 헤지펀드 스타일로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