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 `딱 6개월 동안만` DTI 규제 완화..이유는

시한부 기회..아파트 매수 잠재층 서두르게 하는 효과
유주택자들간 연쇄 이동 많아 실제 대출 증가폭 적을 듯
  • 등록 2010-08-29 오후 6:04:30

    수정 2010-08-29 오후 6:13:22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금융당국이 DTI 규제 완화를 `내년 3월까지`로 못박은 것에는 여러가지 속내가 담겨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2월 이사철까지는 좀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3월까지 DTI 완화를 지속하는 배경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포인트는 3월까지만 DTI 규제 완화를 허용한다는 한시성에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이유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데 금융당국도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전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걸 금융당국도 안다는 얘기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그렇다`고 생각하는 일부 스마트 머니 또는 청개구리 투자자들이라도 매수세력으로 끌어오는 게 필요하다는 것. 내년 3월까지라는 시한을 둔 것은 이들에게 결단을 재촉해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한부 규제 완화는 매도자들에게도 역시 내년 3월까지라는 시한에 맞춰 적당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기회를 줄 때 팔라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부동산 침체기에는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보다 사겠다는 사람들이 부채 상환능력 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서민경기 측면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리스크 차원에서도 거래 부진 현상이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주요 대상은 집을 사놓고 먼저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양쪽으로 이자를 물며 고통받고 있는 계층"이라면서 "이들의 집을 사줄만한 사람들의 매수 여력을 늘려준 것"이라고 DTI 규제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금융당국을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했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2만건 수준에서 최근 1만건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이번 대책으로 거래가 늘어나더라도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끌어안고 집을 사는 거래보다는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입주하는 유주택자들간의 거래가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출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유주택자들은 이미 대출을 많이 갖고 있어서 이번 대책으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는 대출 규모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으로 인해 거래량이 30%정도 늘어나고 해당 거래마다 대출을 30%정도 늘린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 효과는 약 9% 정도여서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아파트 거래를 늘리기 위해 부유층과 고소득층을 매수자로 끌어들이는 유인책도 고민했으나 이들은 DTI보다는 LTV 규제에 묶여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이들을 끌어오려면 LTV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LTV는 금융회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어서 건드리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LTV 규제를 완화할 경우 DTI 규제마저 풀린 상황에서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3월 이후에는 오히려 공급부족으로 인해 아파트 값이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 때문에 DTI 규제를 3월까지 한시적으로 해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또 별도의 시한 없이 DTI 규제를 해제할 경우 필요할 때 다시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정무적인 판단도 시한부 해제를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10%포인트 가량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DTI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한 것은 실제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의 DTI 평균 비율이 23% 가량으로 한도인 40~5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대출이 부족해서 못사는 것이 아니라 집값 전망 때문에 안사는 것이라는 판단이 한시적 DTI 규제 해제를 시도해볼만한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이미 종전에도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이나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면 DTI 비율을 10% 포인트 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 50%인 DTI규제를 60%로 올려주면 실제로는 DTI 적용을 70%까지 받을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 DTI 상한선을 올리면 DTI 규제의 효용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DTI 전면 해제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DTI 전면 해제라는 명분을 내주긴 했지만 시한부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별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여러가지 안전장치들이 남아있어서 걱정할 것은 금융회사의 건전성보다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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