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양책, 소비 못살려"..실효성 논란 가열

지지부진한 소매매출..열달째 감소
"그래서 추가부양 더 필요" vs "이르다..오히려 경제에 해악"
  • 등록 2009-07-10 오전 9:51:43

    수정 2009-07-10 오전 9:51:43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2차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미국내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정부가 올초 내놓은 경기부양책은 좀처럼 소비진작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효과 논란에 휩싸여 있다.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가 많아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실업수당을 늘려줘도 빚갚는데 쓰일 뿐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기엔 역부족인 실정.

정치권과 학계, 금융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그럴수록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추가부양책을 쓰기엔 이르다` `부양책의 효과 자체가 미미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소매업 매출 열달째 내리막..소비 `꽁꽁`

미국의 소비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소매점들의 월간 매출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가 타겟과 갭, JC페니 등 30여개 소매체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9%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2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소비 감소세는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올들어 오바마 정부는 원천징수세율 인하와 세환급, 실업수당 및 사회보장지원금 인상 등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확대해주는 직접적인 현금보조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소비진작을 위해 구매영수증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정책이 실행돼 구매자 1인당 평균 600달러가 돌아갔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에도 불구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 빚갚기 바쁘다

정부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이유는 가욋돈이 생겨도 가계는 빚갚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악화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세집 건너 한집 꼴로 주택차압의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매달 돌아오는 원리금 상환에도 빠듯한 게 미국 서민가계의 현실.

쇼핑센터단체인 ICSC(International Council of Shopping Centers)의 마이클 뉘미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구매(영수증) 환급액의 3분의 2는 부채 상환에 쓰이고, 나머지 3분의 1만 다시 소비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점 매출, 즉 소비는 올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 상위층의 소비조차도 줄어드는 실정이다. 지난 5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이 9만달러 이상인 계층의 소비는 4월 보다 15%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48% 급감했다.

◇ 추가부양책 필요한가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추가부양책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더 많은 돈을 풀어 고용창출과 소비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정책이 효력을 내려면 시간이 걸리니 추가부양책은 시기상조다`는 의견, `돈을 더 풀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무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CNN머니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런 논란은 여실히 드러났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책 효과의 시차를 감안할때 추가부양책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노벨상 수상자인조지프 스티글리치는 "부양규모가 너무 적었다.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틴 베일리 연구원은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추가부양책은 필요없다"고 주장했고, 경제정책연구소 로렌스 미셀 대표는 "돈을 더 풀어 가계를 구해야 한다"고 맞섰다.

앞서 지난 7일 오바마 대통령은 좀 더 인내를 갖고 지켜봐달라면서도 향후 경기 여건에 따라 추가부양책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민간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51명중 8명만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부양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봤고, 6%는 오히려 경제를 해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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