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계대출, 2년만에 최대인 2.4조 증가…금융당국 관리 '비상'

은행권, 대출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축소로 속도 조절
스트레스 DSR 도입에 DSR 예외 조항 축소 목소리도
예·적금 금리 경쟁 심화…조달비용 상승 우려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로 자금이동 주시
  • 등록 2023-10-29 오후 12:57:17

    수정 2023-10-29 오후 12:57:17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속속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10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규모가 최근 2년 만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서다. 이에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예금 시장의 과열양상 자제를 재차 당부했다. 최고금리 연 13%대의 정기적금 상품이 등장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예금과 은행채 등의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 관련 현수막.(사진=연합뉴스)
주담대 2.4조 증가…2년 만에 최대치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소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신규코픽스·신잔액코픽스(6개월 주기) 기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가 0.05%포인트 오르고,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가운데 지표 금리가 1년물 이하인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높였다. NH농협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포인트로 축소해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서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보다 2조4723억원 또 늘었다. 월 증가폭 기준 2021년 10월 말(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2조2504억원 증가했다. 감소세를 지속하던 신용대출도 5307억원 늘어나며 반등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고 건전성 확보를 위해 스트레스 DSR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열린 금융감독원과 10개 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 간 ‘은행자금 운용·조달 현황 점검 회의’에서 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도입을 준비 중으로, 은행별로 사전에 관련 내규와 전산 시스템 등을 갖춰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대출금리에 일종의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더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액이 늘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DSR 예외조항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고찰과 제언’에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예외 적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13%대 적금 등장…당국 “수신경쟁 자제” 거듭 당부

예·적금시장도 달아올랐다. 전북은행은 기본 연 3.60%에 최고 연 13.60% 금리를 제공하는 ‘JB슈퍼시드 적금’을 선보였다. 광주은행의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도 최고 금리가 연 13.00%(기본 금리 연 3.00%)를 제공한다.

정기예금은 연 4%대가 대세다. IBK기업은행의 ‘IBK D-Day통장’은 기본 금리와 최고 금리가 연 4.35%로 같은 정기 예금이다. SC제일은행이 내놓은 ‘e-그린세이브예금’은 최고 연 4.35% 금리를 제공한다.

예·적금 시장의 금리 경쟁은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탓에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채 발행한도를 4분기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과당 수신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하자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대표적인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 경우 채권시장 수요를 빨아들이며 일반 회사채 등에 대한 소외가 더 극심해질 것이란 게 정부의 우려였다. 금융위는 이후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월별 만기 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오다가 지난 4월부터는 월별 만기 도래 물량의 125%까지 발행을 허용했다. 지난 7월부터는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로 발행 규모를 관리해왔다.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은 지난 18일 회의를 주재하고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보다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갖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하겠다”며 “금리경쟁이 지나치게 확산하면 자금 불균형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며 금융권 공동의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권과 간담회를 열고 재차 수신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전국 10개 시중은행 부행장을 불러 ‘은행권 자금 조달·운용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과도한 수신경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매일 수신 만기 도래액과 신규가입·재예치 및 해지·중도해지 규모 등 전일대비 수신 증감액을 파악하고 있다. 전일 대비 금리 동향과 업권별 금리 차이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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