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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이 뭐였나. 누가 뭐라 해도 대규모 군중 관리를 위한 경찰 인력을 충분히 사전 배치하지 못한 것이었다”라며 “그 배경은 윗선에서 국민 안전보다 정권 보호에 치중하고, 축제 등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일보다 집회 시위 대응이나 경호경비, 마약 단속 등 위에서 관심 갖는 기획성 수사에 실적을 내는 데 더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본연의 경찰 책무보다 특별한 정치적 실적을 쌓는 게 개인의 승진에도 조직의 확장에도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니 이게 일선의 책임이겠나”라며 “그렇다면 이번 참사의 근원적 책임은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또한 그런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답습하고 있는 ‘윗선’에 전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장관 등 행정부, 여야 정치권, 그리고 치안과 지방행정을 책임진 수장들에게 근원적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지휘를 받는 일선 실무자들의 책임은 부차적인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0%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라고 했다.
또 “그 가운데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관들과 이태원파출소 순경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소리 지르고 고군분투하며 기자 응대까지 하는지를 봤다”라며 “156명이 사망한 대참사에 높은 분들은 보이지도 않았고, 구청 시청 행정인력도, 지원기동대도 없었다. 오로지 소방 구급대원들과 파출소 순경들이 발버둥치고 있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나라도 달려갈까’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기가 막혔고 눈물이 났다. ‘아, 이게 내가 사는 나라구나. 나도, 내 가족도, 그 누구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작 그 자리에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높은 분들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며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사건수습부터 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거라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들은 대관절 뭐길래,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때 현장에서 발버둥 치며 고군분투하던 소방대원들과 파출소 경찰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사고를 수습한단 말인가? 부끄럽지 아니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 등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일선 실무자들 앞에, 죽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라며 “그들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지휘 책임을 추궁하고 보고서 삭제 문제를 수사하나? 너무나 뻔뻔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앞서 정 경감은 다른 직원을 시켜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아왔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장례식장을 찾아 약 20분간 조문하고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당시 일부 유족은 “살려내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명예를 회복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조문객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조문을 마친 김 청장은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빠르게 빠져나갔다.
숨진 정 경감은 지난 11일 낮 12시 45분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 경감은 숨지기 전날인 지난 10일 몇몇 동료들에게 전화해 “고마웠다” “사랑한다” “다음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등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경감과 통화한 한 동료는 “그게 작별 인사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