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용인·고양·창원 특례시 '첫 발'…'지방자치 2.0 시대' 열려

인구 100만명 이상 수원·용인·고양 ·창원 특례시 출범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 상향…복지혜택 커져
재정 등 실질적권한 없어…인구 100만명 유지도 난제
주민참여권 불구 참정권 확대 멀어…홍보미흡 등 과제
  • 등록 2022-01-13 오전 9:23:58

    수정 2022-01-13 오전 9:25:05

[수원=이데일리 김아라 문승관 기자] 인구 100만 이상 도시인 수원·용인·고양 ·창원시가 오늘(13일) ‘특례시’로 첫발을 내딛는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한다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한다. 광역시 수준의 행정과 재정의 권한을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행정모델을 표방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출범과 동시에 복지혜택은 늘지만 실질적 권한 확보 등에 대한 과제도 남았다. 자치분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정된 지방자치법도 이날 전면 시행한다. 새 지방자치법은 1988년 이후 32년 만인 2020년 전부 개정한 것으로 주민참여 확대, 지방의회 역량과 책임 강화, 행정 효율 증진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수원·용인·고양·창원 4개 특례시 시장들은 지난해 여의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의회 의장들과 특례권한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수원시)
◇광역시와 똑같은 복지 혜택 누려


특례시 출범으로 시민이 가장 먼저 와 닿는 것은 복지의 변화다.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이 대도시로 상향되면서 광역시와 같은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구 100만명 이상 시민은 광역시 시민과 재산가액이 같아도 기본재산액 공제가 적어 사회복지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거나 급여액이 적어 불이익을 받았다.

특례시민은 대도시로 포함하는 고시에 따라 생계·주거·교육급여 기본재산액이 42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오른다. 의료급여는 3400만원에서 5400만원으로 상향된다. 긴급복지지원 재산액 기준도 마찬가지다. 1억5200만원 2억4211만원으로 조정된다. 재산 기준 상향으로 주거지원 월 한도액은 4인 가구 기준 42만2900원에서 64만3200원으로 22만300원 늘어난다.

예를 들어 특례시로 승격하면서 수원시는 생계·의료·주거 등 복지 사각지대 시민 2만2000여명이 혜택을 받는다. 용인시와 창원시도 1만여명이 지원을 더 받는다. 지난 2010년 창원·마산·진해 3개 시 통합으로 창원소방본부가 출범했지만 소방안전교부세는 개선되지 않아 역차별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되면서 창원은 지난해 42억2000만원에 비해 50.2% 증액한 63억4000만원 소방안전교부세를 받게 됐다.

아울러 특례시는 지역개발채권 발행권, 건축물 허가, 택지개발지구 지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 조정, 지방연구원 설립·등기 등 8개 권한을 가진다. 특례시는 조직도 거대해질 전망이다. 행안부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을 통해 본청에 한시적으로 실·국 1개 설치, 구청장 보좌하는 4·5급 담당관을 신설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례시, 실질적 권한 없어…인구 100만 유지도 난제


하지만 특례시 출범에 맞춘 실질적·재정권한은 없어 풀어야 할 난제다. 4개 시는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통과 이후 지속적으로 특례사무를 발굴하고 이양을 건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례시 핵심 사무 16개 기능 159개 단위 사무 이양을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시했지만, 겨우 8개 기능 130개 사무 이양됐다.

이에 따라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에 대한 허가(51층 미만 또는 연면적 20만㎡ 미만)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역개발채권의 발행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연구원의 설립 및 등기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택지개발지구의 지정(도지사 사전협의 필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해제에 관한 도시·군관리 계획 변경 결정 요청(도지사 사전협의 필요) △농지법에 따른 농지전용허가 신청서 제출 △지방자치단체별 지방공무원의 정원의 범위에서 책정하는 5급 이하 직급·기관별 정원 등 근거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 11월 지방분권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지만 최종적으로 국회의 관문이 남아 있어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관광특구지정,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지원 등을 담은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안은 국회 제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특례시는 지난해 구성한 전국특례시장협의회와 함께 핵심 사무 권한이 담긴 지방분권법 개정과 3차 지방일괄이양법 추진,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 등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는 주력할 방침이다. 4개 특례시는 인구수가 감소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2년 연속 인구 100만을 유지해야만 ‘특례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인구수 93만여명으로 2만명 부족해 특례시에 선정에 고배를 마셨다. 특례시장들은 “실질적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양사무를 발굴해 시민이 합당한 권한을 누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료=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주민 참여권 생겼지만 참정권 확대 ‘먼 길’


이날부터 시행하는 새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법의 목적 규정에 ‘주민자치’ 원리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 참여권을 신설했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해 주민이 의회에 조례안의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주민 참여의 길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주민소송의 기준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춰 주민 참여 폭이 넓어졌다. 새 지방자치법을 시행하면서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도지사가 가졌던 시·도 의회 직원 인사권을 시·도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의회에 윤리특별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고 지방의원이 직무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도록 겸직내용도 의무 공개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설치·운영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자치 발전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련된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제2 국무회의’ 격으로 이날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조례 청구 문턱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관련 제도 마련이 늦어지면서 현장에서의 적용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조례 청구제도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례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명 수집이나 결과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홍보가 미흡한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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