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亞게임` 공동유치 나선 충청권…고효율 개최냐, 빚잔치냐

충청권 4개 시·도, 2030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도전장
"기존 체육인프라 활용 저비용·고효율 대회 개최가능"
올림픽·아시안게임 치룬 강원·인천 등 아직도 빚 잔치
지역경제 활성화 보다는 사후 활용방안 없어 '골머리'
  • 등록 2019-02-10 오후 1:13:38

    수정 2019-02-10 오후 6:41:53

허태정 대전시장(사진 오른쪽 2번째)과 이춘희 세종시장(사진 오른쪽), 이시종 충북도지사(사진 왼쪽 2번째)와 양승조 충남도지사(사진 왼쪽)가 7일 대전시청사에서 2030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도, 충남도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스포츠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충청권 4개 시·도는 7일 전격적으로 2030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에 도전장을 내면서 대구·경북 등 국내는 물론 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충청권의 결집과 화합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경제·관광 활성화, 충청권의 세계화 도약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러나 국제대회가 끝난 후 찾아오는 빚 잔치를 지역주민들이 모두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청권 4개 시·도 “2030아시안게임으로 560만 충청인 하나로” 공동 유치 추진

허태정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7일 대전시청사에서 2030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560만 충청인의 염원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2030 아시안게임을 유치, 충청권을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의 중심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이들은 “충청권이 최근 경제성장률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으로 볼 때 국제종합경기대회를 개최할 충분한 저력과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기존 스포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저비용·고효율을 강조하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가장 모범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충청권은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국제행사가 전무했고, 서울과 평창올림픽, 부산과 인천 아시안게임, 대구와 광주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이에 충청권 4개 시·도는 지역의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함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위해 국제 행사 유치가 절실한 것으로 판단, 공동 유치에 나섰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 이후 충청권 공동의 아젠다가 사라지면서 지역간 갈등과 경쟁체제가 심화하고 있어 이를 타개하고 화합과 번영을 위한 대안으로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카드를 꺼냈다는 평이다.

또 4개 시·도가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 시 기존 스포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손꼽았다. 36개 종목을 치른다고 가정할 때 현재 대전과 충북, 충남에 있는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고, 17개 종목 경기장만 국제 규격에 맞게 신축하면 된다. 이 경우 필요 예산은 1조 2500억원(추정치)으로 4개 시·도가 이를 분담하면 10년 동안 매년 300억~400억원이 소요된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3조 2400억원)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2조 500억원)과 비교해도 2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이다.

충청권 4개 시·도는 공동유치합의 결과를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즉시 전달하고, 유치의향서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조기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축제는 끝났다”…강원·인천 등 지자체들 국제대회 끝나자 마자 빚 잔치로 골머리

2018평창올림픽 개최 전부터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올림픽이 끝난 1년 후 올림픽 경기장 13개 중 새로 지어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등 3개 전문 체육시설은 여전히 사후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경기장들은 일반인들이 활용하기도 어렵다. 대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전문 선수들의 훈련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 관리비용만 잡아먹고 그냥 방치될 수밖에 없다. 슬라이딩 센터의 경우 건설비용이 무려 1114억원이나 들었지만 올림픽 이후에는 단 한번도 사용된 적 없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림픽 경기장 12곳을 운영하는데 연간 14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뒤늦게나마 경기장 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기념재단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재단 설립 방법 및 재단에 출연할 금액 등을 놓고도 이견이 심해 원만하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를 치른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은 생태복원 문제를 놓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라는 정치적인 효과에 취해 올림픽 이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은 1회성 이벤트에는 강하지만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한국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룬 인천시는 아직도 당시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경기장을 짓기 위해 1조 97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원금 상환 시기는 2029년으로 당시 빚 잔치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대전시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월드컵 대회를 위해 121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회가 끝난후 활용을 위해 창단한 대전시티즌은 구단주의 운영 포기로 시민구단으로 전환했지만 애물단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해마다 대전시티즌과 월드컵경기장 운영비로 수백억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도시간 과열경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대구와 경북이 공동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 광주 등도 2030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간 경쟁은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게 되고 이는 지역주민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제스포츠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스포츠시설 사후활용 논란은 계속돼 왔다”면서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건립된 초대형 시설은 생활스포츠 시설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체장들과 지역주민들이 현재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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