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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내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産) 제품에 대해 4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이 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양국간 무역관계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글로벌 경제에 미치게 될 것이다. 또 법에 기반한 국제 무역시스템 역시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전통적인 분석대로 라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중국 수출의 5분의1 가까이가 미국으로 가고 있고 이는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중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제품은 전체의 10분의1이 채 안된다. 미국 GDP대비해서도 중국 수출규모는 1%가 채 안된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전쟁이 현실화한다면 미국 경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을 즉시 대체할 만한 나라는 많지 않다, 설령 다른 나라 제품이 대체한다 해도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할 제품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도 부품공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되가져올 경우 제품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의류업체가 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경우 46%, 스마트폰 공장을 옮길 경우 37% 각각 제품가격이 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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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국간 무역은 한 단면일 뿐이며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할 수 있는 투자 문제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미 국채에만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만약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 판다면 미국 금리는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는 폭락할 수 있다. 물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 매물을 다 받아낼 수 있는 만큼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달러화 변동성이 커지면 달러화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중국 기업들도 덩달아 파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나라간 무역전쟁을 해결할 하나의 해법으로 민간기업들의 역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주에 텐센트는 커넥티드카 협력을 위해 미국 테슬라 지분 5%를 취득했다. 화웨이나 바이두 등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는 시간이 걸린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노력이 불가피하다. 두 나라가 양자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기로 합의한다면 관계 개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도 순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