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입주하는 ‘경희궁자이’ 아파트 전경. [사진= GS건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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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 들어서는 ‘경희궁 자이’ 아파트가 입주가 시작하기도 전에 주변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1층짜리 30개 동에 총 2533가구로 사대문 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다. 총 4개 블록으로 전용면적 33~138㎡짜리 아파트 2415가구와 전용 25~39㎡짜리 오피스텔 118실로 이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희궁 자이는 내달 입주를 앞두고 매매가격이 서울 강북권에서 최초로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은 현재 1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실거래가도 작년 말 기준 10억 5000만원에 달한다. 강북권에서 전용 84㎡형이 10억원이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말 분양 당시 분양가(7억 8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 7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 및 청약 자격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종로구는 다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종로구는 11·3 대책 이후 3.3㎡당 아파트값이 0.68%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던 ‘강남 3인방’이 같은 기간 0.46% 떨어지는 와중에도 종로구 아파트값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지난 주(9~13일)에는 내수동 ‘경희궁아침’ 전용 124㎡형 호가가 2500만원 상승하면서 종로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13%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경희궁자이가 강북권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하면서 인근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사대문 안 아파트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열풍 이면에는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역이 가깝다는 것)의 힘’이 있다. 그간 서울 사대문 안은 학군이 강남과 비교해 약하다는 이유로 주거 선호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자 사는 싱글족과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는 없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은퇴 후에도 도심생활권을 누리고 싶은 고소득층이 몰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직장과 가깝기 때문에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적고 더 양질의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 쪽으로 힘을 쏟으면서 사대문 안의 역사문화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북촌·서촌·덕수궁 일대 등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을 품은 곳으로 재탄생하면서 사대문 안 거주민들에게 휴식·여가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