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에이즈 관리와 관련된 정부의 예산이 지원되는 관련 협회나 연맹의 활동도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기관은 일반인에게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를 알려준다는 홈페이지의 도메인의 계약기간이 끝나 이미 다른 사람에게 사용권한이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식 사이트로 안내하고 있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편견을 해소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에이즈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사이트(aidsinfo.or.kr)는 이미 지난해 10월 한 개인에게 도메인 권리가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홍보담당자는 “주소는 예전에 운영하던 곳이 맞는데 현재 접속 시 나오는 내용은 연맹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자는 “더이상 쓰지 않는 홈페이지 주소는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것은 홍보의 기본”이라며 “예전엔 썼지만 지금은 관련 없다는 답변은 무책임한 대처”라고 말했다.
| 에이즈퇴치연맹에 에이즈 정보제공 사이트로 소개된 aidsinfo.or.kr(한국에이즈퇴치연맹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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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dsinfo.or.kr를 클릭했을 때 나오는 페이지. 에이즈퇴치연맹과 전혀 상관 없는 페이지로 연결된다.(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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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HIV 관련 지원을 펼치는 곳은 에이즈예방협회와 에이즈퇴치연맹이다. 협회는 감염인 지원사업과 에이즈 관련 상담을, 연맹은 동성애자, 청소년, 외국인, 성매매종사자 들에 대한 예방과 홍보를 맡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는 “두 기관에 지원된 정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매년 들여다 보고 있다”며 “각 기관이 고위험군에 대한 홍보전략을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기심 때문에 동성애를 경험한 적이 있어 HIV 감염이 걱정이라는 한 대학생은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가 두 기관 홈페이지에 모두 접속해 봤는데,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중복된 내용도 많았다”며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 ‘우리 지금까지 이런 활동들을 했어요’라고 자기자랑만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각각의 홈페이지를 둘러본 한 홍보전문가는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의 콘텐츠”라며 “사용자가 흥미를 갖고 페이지들을 살펴 보기엔 너무 딱딱해 오히려 신뢰감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