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3040]X세대, 그들은 왜 시계를 거꾸로 돌리나

  • 등록 2012-10-12 오전 10:32:33

    수정 2012-10-12 오전 11:35:5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90년대의 유령이 2012년을 배회하고 있다”

영화관, 안방, 번화가 술집에서.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90년대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의사소통하고 엠피스리(MP3)로 음악을 들으며 아이패드로 술자리 게임을 하는 시대가 왔지만, 아날로그의 향수는 급기야 관에 들어간 90년대를 불러냈다.

복고는 새로운 문화 현상은 아니다. 문화이론 연구자들은 보통 20~30년을 주기로 복고 문화가 찾아온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복고는 보편적으로 유행한 문화 양식”이라며 “30~40대 주류 소비계층을 형성한 사람들이 청년 시절 경험한 문화를 시장에서 소비하게 되면 유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30~40대는 ‘X세대’로 불렸다. 종잡을 수 없는 개성, 획일주의를 거부한 포스트모더니즘이 특징이다. 군부독재와의 투쟁으로 20대를 보낸 ‘386’의 저항적 청년 문화와는 다르다. 디지털 문화의 세례를 받은 ‘N세대’와도 차이가 있다.

X세대는 동전 공중전화부터 스마트폰까지, 엘피판부터 엠피스리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화적 전환기에서 젊음을 보냈다. 날마다 새로운 통신수단에 적응해야 한다는 피로감은 공중전화와 삐삐의 기다림과 여유, 편안함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X세대는 386세대 선배들로부터 “대학생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핀잔을 들으며 대학을 다녔다. 민족이니 계급이니 나와 동떨어진 거대 담론에 청춘을 바치기보단 내 개성을 더 소중히 여겼다.

댄스, 힙합, 레게, 발라드, 펑크, 헤비메탈 등 언더그라운드와 공중파를 넘나드는 풍성한 청년 문화를 형성한 것도 특징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도 어려운 아이돌 그룹이 주류 음반 시장을 점령한 지금, 이들이 ‘밤과 음악 사이’와 같은 술집에서 90년대를 찾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제위기도 복고를 불러낸다. X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불경기 속에서 회사에선 역동적인 일꾼으로, 가정에선 가장 힘들다는 유아기 자녀의 보호자여야 한다. 현실은 고달픔의 연속이고 옛 추억의 따뜻함은 현재를 잊게 하는 ‘망각의 샘’이 된다.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심리적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단순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고 싶은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 최근 복고 열풍의 원인”라고 설명했다.

2010년대의 복고는 전보다 빨리 찾아왔다. ‘응답하라 1997’과 2012년은 불과 15년 차이다. 전문가들은 복고 문화의 유행 주기가 빨라진 것은 경제 성장의 과실로 대중문화를 접하게 되는 나이도 어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X세대의 복고 문화와 지금의 청년 문화 사이의 이질감이 적은 것도 복고 문화가 대중적 흐름으로 자리 잡게 했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X세대의 문화는 지금의 젊은 층도 새롭고 재미난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20~40대까지 아우르는 놀이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재봉 영화평론가도 “보통 회사, 가정에서 안정적 삶을 살게 되는 40대부터 복고 바람을 일으켰지만, X세대는 경제 성장으로 구매력이 높아져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미 CD, 카세트를 통해 대중문화를 접해 왔다”며 “복고 바람을 일으키는 연령대는 앞으로도 갈수록 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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