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이보시오, 염라대왕 내 恨 좀 풀어주오

연극 `저승`
26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등록 2012-02-24 오전 10:07:33

    수정 2012-02-24 오전 10:38:1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4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연극 `저승`(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처연한 모습의 여인이 염라대왕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죽어서도 풀지 못한 여인의 맺힌 한을 보여주듯 무대 위에는 붉은 천이 흐드러지듯 나부끼고 엎드린 채 울부짖는 여인은 억압받는 약자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작가 가오싱젠의 ‘저승’이 박정석 연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됐던 작품은 올해는 대극장으로 옮겨 좀더 웅장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시도했다.

작품은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의 주인공 장주가 독수공방하던 아내의 정조를 시험하다가 마침내 아내의 자살을 야기한다는 내용의 경극 ‘관을 부수다’와 이후 펼쳐지는 사후세계를 다루는 또 다른 경극 ‘저승까지 찾아가다’를 모태로 한다. 자신의 정절을 시험하고자 한 남편의 희롱에 모멸감을 느끼고 자살한 아내는 저승에서 염라대왕에게 한을 풀어줄 것을 호소하지만 오히려 혀를 잘리는 벌을 받는다.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다중적인 자아 연기다. 주인공 장주와 장주 역을 하는 배우, 초나라 공자 등 세 역할을 방백과 독백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박상종, 또 장주의 아내와 여자귀신을 연기하는 천정하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중국 전통무예가 곁들여져 볼거리도 많다. 순식간에 얼굴에 쓴 가면을 바꾸는 경극기술인 ‘변검’을 선보이는가 하면 입에서 불을 뿜는 토화장면도 눈길을 끈다.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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