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對삼성 소송은 라이벌 치켜세운 꼴 -FT

19일자 렉스칼럼
삼성전자, 스스로 성장성 입증
  • 등록 2011-04-20 오전 9:05:31

    수정 2011-04-20 오전 9:05:31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 사간의 특허분쟁에 불이 붙었다. IT 업계 `공룡` 간의 대결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분쟁이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애플의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FT는 19일(현지시간) 렉스칼럼에서 기업들의 특허분쟁은 워낙 빈번한 만큼 이번 소송 건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소송을 당한 사례가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3배 이상 웃도는 애플에 있어서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애플로선 자사 제품의 핵심 부품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의 소송 건으로 자칫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에 탑재하는 `A5` 반도체칩의 독점 공급업체. 경쟁사인 대만 TSMC 등이 이날 제품 적격 심사 절차를 밟기 시작했지만 실제 부품 공급이 이뤄지려면 올해 4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FT는 애플이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삼성전자를 소송 전에 끌어들인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업계의 최대 라이벌이자 애플 스마트폰 운영체제 `iOS`의 경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최대 사용자 중 하나. 애플로선 삼성전자의 부상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점유율이 23%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이다. 이에 비해 애플의 iOS는 20% 내외에 머물고 있다.

FT는 삼성전자가 선진국과 이머징에 상관없이 모든 제품군의 중간시장(mid-market)에 진입하는 탁월한 시장 진입 능력을 입증해 왔다며 애플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3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21% 수준으로, 세계 10대 IT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애플의 40%대 증가율을 추격하고 있다.

FT는 애플이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 성장의 예봉을 꺾으려 했지만 오히려 삼성전자를 치켜세운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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