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국민 건강의 버팀목인 건강보험 재정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진료비 수지적자는 2030년 40조원, 2050년 130조원, 2070년 2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원이 사라진 노후에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민간 건강보험 실손(實損) 의료비 특약이 대안
재테크 전문가들은 노후에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실손의료비 특약 가입을 꼽는다. 실손의료비 특약이란,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비는 물론, 통원 치료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내야 하는 의료비를 보험사가 전부 실비(實費)로 보장해 주는 특약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사각 지대를 보장해 주는 이 특약은, 현재 손해보험사들이 건강보험이나 의료보험, 통합보험의 특약 형태로 팔고 있다. 향후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들도 실손의료비 특약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강세훈 팍스넷 과장은 "실손의료비 특약에 가입하면 병원에 거의 공짜로 다닐 수 있다"며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30~40대 계층에겐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조재영 팀장은 "이미 나이가 많고 질병에 걸린 경험이 있어 보험 가입이 어렵다면, 별도의 의료비 통장을 만들어 매달 일정 금액씩 저축해 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만기는 최대한 길게 설계해야
그런데 실손의료비 특약에 가입할 땐 몇 가지 따져 봐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실손의료비 특약은 사고일 또는 발병일로부터 365일 등 일정 기간과, 3000만원 등 일정 금액만 보장한다.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입원의료비 최고 3000만원, 통원의료비 1일 10만원(5000원 공제)이 보통이다. 만기는 길게 설정할수록 유리하다. 10년 만기, 15년 만기보다는 80세, 100세 등으로 긴 상품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보험은 나이가 들면 가입하기가 까다로운 만큼, 처음 가입 때부터 보장기간이 긴 상품을 들어 두는 게 좋다.
◆보험료 추가부담 생길 수도
실손 의료비 특약은 1~5년마다 보험료가 갱신된다는 점도 알아 둬야 한다. 보험사들은 급작스럽게 의료비 지급이 늘어나는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를 1~5년마다 조정한다. 따라서 계약 갱신 시점에 가입자의 연령 증가, 발병률, 의료수가 상승 등이 반영돼 보험료가 인상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LIG손해보험 김갑진 과장은 "대다수 보험은 기존에 적립해 둔 보험료로 갱신 후 보험료 인상분을 충당하지만, 일부 보험은 그렇지 않아서 평생 보험료를 내야 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나 디스크, 신경계 질환 등은 보험사별로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보장 질병 범위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흥국쌍용화재의 '행복을 다 주는 가족사랑보험'은 치매의 경우 통원의료비만 보상하며, 디스크는 질병이 원인일 경우에만 의료비를 보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