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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앉은 두 사람은 불경을 곧잘 따라 읽으며 아침 예불을 마쳤다. 아침 공양(식사)은 나물죽과 양배추 무침, 무 절임, 나물이다.
식사하면서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그들의 식문화였을텐데 밥상 앞에 앉은 두 외국인은 묵묵히 수저만 놀린다. 사찰에서는 식사마저도 엄숙한 의식임을 두 외국인 청년은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올리버는 부산교육연수원에서 4년간 영어 강사일을 하다 고국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 뭔가 뜻깊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미황사를 찾았다. 2년 전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다는 친구의 권유를 잊지 않았었다.
4년간 한국에서 지내며 서울 부산 경주 안동 남해 안면도 등 유명한 관광지는 거의 다 다녀봤다는 그는 “호텔에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정신적인 편안함을 느끼기에는 템플스테이가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물론 잠자리와 식사가 모두 해결되면서 하루에 3만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그는 절이 좋은 이유로 웰빙을 이야기 했다. “속이 부담스러운 고기 대신 몸에 좋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도 그렇고, 절제된 공간이어서 술과 담배를 못하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절 음식이 재료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린 담백한 것들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점도 템플스테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푹신한 침대와 시원한 냉방시설은 없지만 이들의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가득하다.
올리버는 “절 뒷산(달마산)에 올라갔었는데 앞으로 펼쳐진 들판과 바다가 그림 같았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오고 더워서 그런지 수풀이 아주 풍성했다”고 말했다.
편안한 템플스테이가 준 여유인지 그들의 기억속 한국 사람에 대한 인상도 좋았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스테파노는 한국인에 대해 “수줍음 많고 정직한 것 같다. 버스나 택시를 타도 요금을 속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다혈질이면서도 매우 친절하다”고 평했다.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은 “외국의 사원이나 피라미드 같은 유적은 그냥 구경만 하는 곳인데 비해 한국의 사찰은 수백년에서 천년 이상된 역사적인 공간에서 먹고 자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라면 템플스테이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템플스테이도 휴식형, 불가 체험을 위한 수련형 등 다양하게 나뉘어져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쁘게 살아왔던 삶의 긴장을 풀고 정신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어 템플스테이가 너무 좋다”는 그들에겐 다소 먼 화장실의 불편함도 “밤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은 밤하늘과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또 다른 기회”로 기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