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센터 팔릴때 우리도 그랬잖아요"

  • 등록 2005-05-13 오전 10:52:52

    수정 2005-05-13 오전 10:52:52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록펠러센터와 페블비치(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명 휴양지)를 일본인들이 사들였을 때 미국인들도 많이 실망했지 않습니까? 요즘 한국인들의 정서도 그런겁니다." 12일(현지시각)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한국경제 포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따라 정부가 우리금융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율을 제한하려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우려섞인 질문에 제프리 존스 전 암참 회장은 이렇게 대답을 풀어 나갔다. 존스 전 회장은 "한국인들은 한국의 은행을 외국인이 소유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면서도 "한국 국민들의 이런 생각은 이해할 만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시티와 스탠다드 차터드가 인수했고, 국민은행은 외국인이 70%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제2위 은행인 우리금융까지 외국인이 가져 간다면 한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인 첨리 암참 회장도 거들었다. 그는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미국에서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모인 뉴욕 현지의 투자가들은 질문의 초점을 북핵 문제로 옮겼다. 우리가 보기엔 걱정스러운데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당신들의 생각은 어떻냐는 것.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 코리아의 맹일영 사장은 "한국에 와서 살면서 경영활동을 해 본다면 북핵 문제가 그렇게까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이야 말로 투자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의 핵이 방어적인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들 가운데 북한이 핵을 남한 공격에 사용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으며, 한국내 기업인들의 99%도 그런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전 회장은 특히 "미군이 한국에 있는 한 북한이 설령 핵 실험을 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작을 것이며, 북핵 문제가 UN에 상정되더라도 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태미 오버비 암참 상근 부회장도 "정보당국에서는 북한의 핵은 남침용이 아니라 수출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매우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암참 방미단 일행은 뉴욕에 오기전 사흘동안 워싱턴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등을 방문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다만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은 위험이 낮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잘 모르는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투자결정을 미루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리 회장 말대로 "돈은 겁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규제완화와 개방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암참 기업인들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이렇게 기업하기가 편한 곳이 있는가"고 물은 뒤 "절대로 없다"고 스스로 답했다. 그녀는 "해외 유수 언론들이 한국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것이 바로 현실"이라면서 "한국에서의 사업환경이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존스 전 회장은 "한국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며, 후퇴할 수도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업하기 어렵도록 하는 규제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해외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의 맹 사장이 "그런 보도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얘기해 주겠다"고 나섰다. 맹 사장은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승강기 제조업체 오티스 코리아의 예를 들었다. 그는 "오티스 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경제의 부진 속에서도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80% 이상의 ROS(매출액 대비 이익률)를 달성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왜 그런가. 한국의 블루컬러 코스트는 매우 높지만, 엔지니어링 코스트와 테크놀러지 코스트는 매우 매우 낮다. 한국이야말로 테크놀러지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10년전만 해도 한국은 부패했고, 기업하기에 최악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카길 코리아의 김기영 회장도 나섰다. 김 회장은 "한국인 근로자들은 우리가 가진 훌륭한 자산"이라면서 "그들은 기술이 매우 뛰어 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차례 반복해 한국의 훌륭한 인적자산을 자랑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더 경직되고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궁색해졌다. 존스 전 회장은 "노동시장이 더 경직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매우 경직돼 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는 "한국의 실업률은 3.7%로 매우 낮으며, 이는 다시 말해 노동 유연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이는 약 6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따라서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변화는 좋지 않으며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노동 유연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유연성이 더 높아져야 고용 안정성도 더 높아지고 취업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는 질문에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의 맹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5년전쯤 `한국 방문의 해`를 정해서 특별위원회도 만드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러나 예산의 80%를 국내에서 썼다. 한국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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