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유가의 원인은 - BW

  • 등록 2000-06-23 오후 2:38:59

    수정 2000-06-23 오후 2:38:59

미국에서는 지금 한창 유가 인상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게 일고 있다. 도대체 가솔린 가격 인상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21일자에서 조지 부시 텍사스 주 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 간에 이 문제가 대통령 선거전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이 클린턴 행정부와 고어 부통령을 비난하고 나서자, 고어 진영이 부시 주지사가 과거에 석유회사의 임원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부시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주장,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도 "유가 인상으로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석유산업의 가격 담합을 비난해왔으며,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는 가솔린 정유업자와 소매업자를 조사하고 있다. 많은 의원들이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수출금지를 통해 가격을 두 배로 올렸던 1973년 말과 1974년 초 이래로 이처럼 가솔린 가격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없었다. 그럼 누가 비난받아야 하는가? 민주당과 소비자 그룹은 석유 회사를 의심하고 있다. 공화당과 산업계는 환경보호청과 청정 연료에 대한 최근의 규제를 지적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OPEC을 비난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모두가 일정 부문에서 다 옳다. 정유업자는 여름철의 피크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가솔린 재고를 축적하는데 실패했다. 새로운 청정 연료 규제가 갤런당 비용을 높였다. 그리고 올해초부터 전 세계의 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OPEC은 원유 공급을 통제했다. OPEC은 서서히 꽉 쥐었던 손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 여러가지 치명적인 사건들이 합쳐져서 미국의 갤런당 평균 가격이 1.6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가격은 인플레 조정전으로 최고치 기록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요소는 시장 심리와 기대감이다. 분석가들은 원유나 가솔린 시장이 주식 시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가격은 투기와 탐욕, 공포 등 인화성이 강한 융합체에 의해 책정된다.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지만 단기 가격은 수천명의 크고 작은 시장 참가자들의 베팅에 의해 책정된다. 셸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밀러는 "원유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미래의 인식이 현재 가격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작년 겨울에 올 봄에 원유가와 가솔린 가격이 낮을 것이라고 정유 회사들이 베팅한 것이 최근 시장 불안의 많은 부분을 유발했다. 작년 12월과 지난 1월에 원유가격이 20달러 중반에서 윗 부분 정도에서 움직이고 있을 때 정유회사들은 여름의 피크 드라이빙 시즌 수요를 맞추는데 필요한 가솔린 재고를 축적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금리가 미국 경제와 소비에 조종을 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석유 소비가 많이 줄어들고 원유가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정유할 재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유 선물 가격이 이러한 시나리오를 입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투기꾼들 역시 가솔린 재고를 주시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또한 원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베팅했다. 가격은 결코 25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정유회사들은 충분한 공급량을 찾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윈드햄 그룹의 사장인 하워드 렌넬은 "정유회사들은 이번 게임의 막바지에 유가가 3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었다"며 "그들이 다시 시장에 돌아왔을 때 그들은 가격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펼쳐진 패닉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은 여름을 지나면서 수요가 떨어지고 정유회사들이 재고를 채우는 것이 끝나면 해소될 것이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은 시장의 변동성 증가다. 석유 산업은 자동차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와 같은 재고비용을 줄이는 just-in-time 접근방식을 채택해왔다. 기업들은 원유와 정제된 제품 재고를 적은 양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개발할 준비가 안된 유전에 비싼 돈을 주고 임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석유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유전에 시추공을 파지 않는다. 그래서 수요가 급증할 때 그들은 이를 맞출 추가 용량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게 된다. 에너지부는 올해 세계 수요는 1.8% 상승하고 내년에는 2.5%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작년에는 1.4% 상승했다.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 협회의 회장인 다니엘 예르긴은 "계산에 빠졌던 것은 석유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며 "아무도 미국 경제가 활황을 지속할 지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도 아시아가 그렇게 빨리 강하게 반등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유회사들도 몇가지 이유 때문에 설비 증설에 나서지 않았다. 최근까지 가솔린 가격은 전체적으로 정체됐다. 그 때문에 정유산업의 투자 수익률은 1990년에 걸쳐 4%가 안됐다. 에너지 산업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평균 수익률에 턱없이 못미치는 숫자다. 미미한 가격과 함께 정유회사들은 새로운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해 9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그 결과로 가솔린 생산량은 1984년의 하루 640만 배럴에서 850만 배럴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지금 가솔린 수요가 엄청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원유와 가솔린 재고는 50만 배럴 정도밖에 안된다. 1980년대 초에는 80만 배럴이었다. 미국의 위기를 촉발시킨 곳은 어퍼 미드웨스트다. 그곳에서는 갤런당 2달러10센트를 기록했다. 파이프라인 유출사고가 발생, 정유회사 한 곳이 폐쇄돼 공급이 축소됐다. 동시에 정유회사들은 6월1일부터 미국 전역의 3분의 1에서 시행되는 새로운 공식으로 만드는 가솔린(reformulated gasoline)이라는 것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새로운 공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하고 있다. 당초 연소율이 높게 새로운 공식으로 제조된 가솔린을 만들라는 명령은 워싱턴으로부터 나왔으나, 개별 주 정부마다 대기에 대한 규제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 정유회사들은 그곳에 맞는 공식을 만들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애틀랜타와 잭슨빌의 가솔린 기준이 다르다. 미국의 주요 정유회사인 시크고 페트롤리움은 미국의 동부 절반의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9가지의 다양한 가솔린을 공급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생산 비용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주들이 농장 주민들을 위해 옥수수로 만든 에타놀을 첨가제로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으나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천연가스로 만든 첨가제인 MTBE를 쓰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에타놀은 저장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가솔린을 너무 빨리 기화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가솔린을 만드는 것이 힘들자 정유회사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혼합한 것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을 더 적게 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공급 부족을 야기한다. 그리고 새로운 연료도 비용을 높였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갤런당 5~8센트가 덜 들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유노칼 코프의 소송 승리다. 유노칼은 특정한 유형의 재제조된 가솔린에 대해 특허를 갖고 있다며 정유회사들이 로열티를 내야한다고 소송을 냈었다. 결과적으로 정유회사들은 유노칼 공식을 피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추가 비용과 공급 부족 심화를 야기했다. 물론 배럴당 평균 정제 수익이 6달러50센트로 10년간 최고 수준에 오르자, 석유회사와 정유회사들은 더 많이 공급하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굴착과 생산 투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5월을 기준으로 한 리만 브라더스의 E&P 투자 서베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E&P 지출이 18.2% 증가했다. 그리고 6월16일까지 871곳에서 시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1998년 5월 중순이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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