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동국제강(001230)이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철강시장 침체를 대비해 ‘선택과 집중’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저수익 해외 법인은 과감히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봉형강(철근·H형강 등)과 컬러강판 등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동국제강) |
|
동국제강은 지난 12일 브라질 CSP 제철소 보유 지분 전량(30%)을 모두 매각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매각대금은 총 8416억원으로 글로벌 철강 기업인 아르셀로미탈에 매도한다. 지난달 중국법인 DKSC(Dongkuk Steel China) 지분을 중국 강음 지방정부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해외법인 정리다.
잇단 해외법인 철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철강 수요 둔화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익성이 낮은 해외 법인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신 전기로 제강으로 생산하는 봉형강(철근·H형강 등)과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을 가져다 가공해 만드는 컬러강판 등의 핵심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CSP 매각을 결정했다”며 “잠재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기업 신용도가 높아질 토대를 마련했고 향후 친환경 시대를 선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브라질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CSP 제철소는 전기로(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철강재를 생산하는 공법)만 운용했던 동국제강에게 고로(용광로)에서 직접 쇳물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곳)의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다. 2016년 CSP 일관제철소 완공으로 동국제강은 국내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고로 보유 제철소’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CSP제철소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내면서 동국제강을 휘청이게 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그렇게 동국제가의 수익성을 갉아먹던 CSP제철소는 2021년 들어 북미 지역의 철강수요 증가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마침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등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동국제강은 미래 성장 전략 수립 차원에서 글로벌 투자 전략을 점검하며 CSP 제철소의 고로 추가 투자, 하공정(열연·후판 등) 투자 등 성장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철강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전기로 제강사업 집중을 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CSP제철소는 결국 매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사진=동국제강) |
|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 제철소의 성장을 위해 수년 내에 추가적인 고로와 하공정 투자를 진행해야 하지만, 추가 투자는 동국제강에 상당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동국제강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봉형강 및 냉연으로 구조 전환돼 CSP와의 시너지가 약해진 점도 이번 매각 결정에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브라질 CSP 지분매각과 중국 DKSC 지분 정리로 경영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 환리스크 등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 개선도 이뤘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9% 늘어난 4995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하반기에 신용등급 상향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올해 상반기에 평가한 동국제강 신용등급은 BBB(긍정적)이다.
동국제강은 개선된 재무적 체력을 기반으로 주력제품인 봉형강(철근·H형강 등)과 가전과 고급 건축 내외장 마감재에 사용되는 컬러강판(브랜드명 럭스틸) 사업에 더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장세주 회장이 지난 광복절 특사로 복권돼 경영활동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과 ‘형제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며 오너 경영의 특유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