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을 대상으로 총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이루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진 스캐터랩은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고, 4월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림은 지난달 31일 `이루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피해자 254명을 대리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스캐터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1인당 손해배상액은 80만원으로 산정해 청구했으며, 총 소송가액은 약 2억원 규모다.
스캐터랩은 이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또다른 서비스 `연애의 과학`으로 수집한 메시지를 데이터로 활용했다. 연애의 과학은 유료 서비스로, 실제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분석해 제공한다.
법무법인 태림은 스캐터랩이 △정보주체(이용자)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무단 이용한 점(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이유와 목적 등을 고지하지 않은 점(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이용자 대화내역에 포함된 민감정보(건강, 정치적견해 등)와 고유식별정보(주민번호)를 별도의 동의없이 보관한 점(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내지 제24조) 등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태림은 앞서 지난 1월 스캐터랩이 수집·보관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이번 소송의 핵심이라고 판단해 이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을 이를 받아들였다. 스캐터랩은 관련 기관의 조사가 종료되면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법원의 증거보전신청 인용에 따라 피해자들이 스캐터랩에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역 전체 데이터베이스(DB)가 보존될 수 있었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스캐터랩이 수집한 개인정보는 이용자의 동의없이 자사의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개발에 쓰이는 DB로 무단 전용됐다”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를 위반한 것이며 형사처벌의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루다 관련 제출된 자료 등을 토대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데 조속히 완료하고, `AI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수칙`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처음 만드는 가이드라인이라 100%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정리해 기업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상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야에서의 대량 개인정보 수집과 그로 인한 다수의 피해사례와 관련해 최초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