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회장 영결식 엄수… 유가족, 임직원 “고인의 도전 정신 본받겠다”

이날 7시 농심 본사에서 진행
고인 종교 따라 불교식 추모염불로 시작
박준 농심 부회장 등 추모사 읽다 울먹이기도
  • 등록 2021-03-30 오전 8:29:33

    수정 2021-03-30 오후 9:49:44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라면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건 유가족과 농심의 임직원들이었다. 고인은 평생 일궈온 농심에서 유가족 및 임직원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장지로 떠났다.

고(故)신춘호 농심 회장(사진=농심)
30일 농심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영결식은 △추모 염불 △고인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영상 △헌화 △유족대표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6시 50분 운구차가 농심 본사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뒤를 이어 신 회장 손자인 신상열 농심 부장이 영정 사진 들고 영결식장에 입장했고 그 뒤를 고인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 고인의 부인인 김낙양 여사, 고인의 사위인 서경배 회장 등이 뒤따랐다.

영결식은 평소 고인이 믿었던 종교인 불교를 반영해 조계사의 정묵 스님과 상국 스님이 추모염불을 진행하며 시작했다. 이어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준 농심 부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박 부회장은 추모사를 읽던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추모사에서 “막상 회장님께서 곁에 안 계시다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물결처럼 밀려온다”라며 “회장님께서 얼마나 큰 우산이었으며 얼마나 든든한 반석이었는지 지금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어 “평소에 저희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을 때 회장님께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라며 “안성공장과 구미공장을 건설할 때도, 새로운 첨단설비를 도입할 때도 그러했고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둥지냉면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들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결국 역사를 바꾼 사례”라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그는 “우리는 회장님께서 일구어 놓은 토양 위에서 그 유지를 받들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더 좋은 식품을 만들 것이며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한국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식품 한류의 맨 앞줄에서 지치지 않고 달려가겠다”라고 했다.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발인식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유족들이 고인을 모시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박 부회장에 이어 김진억 농심 사외이사와 이상윤 전 농심 대표이사도 추모사를 낭독했다. 김 사외이사는 “회장님이 영면하시더라도 농심이 큰 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전 대표는 감정이 복받처 한참 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회장님의 ‘한우물 정신’을 되새겨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 한글 자필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추모 영상이 종료된 뒤엔 신동원 부회장을 시작으로 형제들과 신상열 부장과 며느리, 고인의 외손녀인 서민정 씨 등 손녀들이 헌화했다. 직계 유가족 헌화가 끝난 뒤엔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친인척과 지인들이, 이후로는 박준 부회장을 비롯해 농심그룹 계열사 대표이사가 단체 헌화를 진행했다.

신 부회장은 유족을 대표해 선친의 영면을 추모해 준 조문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신 부회장은 “흙은 뿌린 대로, 가꾸는 대로 수확을 하고 농부는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어 바라지 않는다”라면서 “이것이 아버님이 가지고 계셨던 철학이며 저를 비롯한 후손들이 늘 잊지 않고 새기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받들어 이어가겠다”리고 다짐했다.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 발인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고인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신춘호 회장은 1930년 울주군 상동면에서 5남 5녀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4년 김낙양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농심라면 출시하면서 형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게서 독립했다.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1982년 안성공장 준공해 1983년 안성탕면 출시하면서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 1984년 미국 사무소를 설치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으며, 짜장라면의 대표격인 ‘짜파게티’ 출시하기도 했다. 1985년 농심은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1986년 신라면을 출시하며 명실상부 라면 업계의 1인자로 거듭났다.

1992년 농심그룹 회장에 취임한 신 회장은 1996년 상해공장, 2005년 미국 LA 공장을 준공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실었다. 2012년엔 백산수를 출시해 생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농심의 글로벌 확장세와 품질 경영에 힘입어 신라면의 프리미엄 라인 ‘신라면 블랙’은 지난해 뉴욕타임즈 최고의 라면에 선정됐다.

신 회장은 지난 27일 새벽 3시38분께 가족이 보는 가운데서 눈을 감았다. 발인은 이날 오전 5시에 진행됐다. 운구차는 신 회장 자택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영결식이 진행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본사를 거친 뒤 장지인 경남 밀양 선영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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