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단 관련 국내 학자들 ‘주장’ 의학저널에 연이어 소개

한국인의 최근 갑상선암 발생률은 영국인의 15배, 미국인의 5배
국내에서 암 완치율 높아진 것도 갑상선암 환자 급증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도
  • 등록 2014-12-24 오전 8:46:22

    수정 2014-12-24 오전 8:46:2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과 ‘랜싯(Lancet)’에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과잉진단을 우려하는 국내 학자들의 주장이 연이어 소개돼 화제다.

지난 11월22일자 ‘랜싯’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원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가 제출한 ‘한국의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검진’이란 제목의 글이 ‘의견’(correspondence)란에 실렸다. 신상원 교수는 “9월 초에 ‘랜싯’에 글을 보냈는데 2주 만에 게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이는 우리 주장에 대해 ‘랜싯’이 학술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팀이 ‘랜싯’에 기고한 글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매년 약 25%씩 증가했다. 2011년의 경우, 4만568명이 새롭게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갑상선암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이란 현황 소개부터 시작된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인 ‘글로보캔(GLOBOCAN) 2012’에 따르면 한국인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영국인의 15배, 미국인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영국인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미국인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해서 영국인이 유난히 갑상선암에 덜 걸리는 체질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며 양국의 의료체계가 서로 다른 것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회주의적인 의료 체계를 갖고 있어 의사 진찰을 받기가 힘든 영국인의 갑상선암 진단율이 낮은 것은 예상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랜싯’엔 또 “한국에서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의 비율이 1962년엔 6.1%에 불과했지만 2009년엔 43.1%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 (한국인의) 갑상선암 사망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신 교수팀은 이를 “한국에서 자연재해·핵폭발과 같은 특별한 인재(人災)가 없었던 상황에서 갑상선암의 급증은 암 검진을 권장하는 의료시스템의 덕분에 양산된 과잉진단의 산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또 “한국에선 많은 대학병원에서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팀은 ‘랜싯’에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한국 환자들의 90% 이상이 갑상선 수술(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갑상선암 환자와 가족들은 추가적인 의료비용과 심리적 스트레스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이 2㎝ 미만의 1기암인데도 98%의 환자에게 갑상선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용식 교수는 “갑상선 수술을 받은 모두가 평생토록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2.3%는 목소리가 변했으며, 7%는 손발 저림으로 평생 칼슘제와 비타민 D를 먹어야만 하는 상태”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갑상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ㆍ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공격적인 치료를 하고 있지만 부작용만 늘었을 뿐 사망자는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신 교수팀은 ‘랜싯’에 “한국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갑상선암 과잉진단을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하루빨리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갑상선암 초음파검사를 지양하고,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에게 암 검진의 혜택뿐 아니라 위험(특히 과잉진단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갑상선암 관련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과잉진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국내에서 최근 암 완치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 것은 ‘순한 암’인 갑상선암 환자의 급증으로 인한 ‘착시 효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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