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바마의 `해외 탈세와의 전쟁`이 주는 교훈

이현동 국세청 차장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도입해야"
  • 등록 2009-10-30 오전 9:42:56

    수정 2009-10-30 오전 10:07:29

지금 세계는 당면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경제회복에 소요되는 대규모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세수 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각국의 과세권이 미치지 못하는 조세피난처 자금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탈세 규제를 통한 세입증대가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세정과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선도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해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연일 강력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내년 정부 전체 세출예산을 10% 삭감했음에도 불구, 국세청(IRS)의 국제분야 세원 관리와 조사 강화 관련 예산을 5.2%(6억달러) 증액했다. 국제조세인력도 800명 증원했다.

또 대(大)자산가의 해외소득 탈루와 자산 은닉을 관리하기 위해 IRS 중대기업본부(LMSB) 산하에 대자산가 전담그룹을 창설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12년 이후 매년 20억달러의 세수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조세피난처와 미국 간 거래의 탈세 추징을 주내용으로 하는 `조세피난처 남용방지법안(StopTax Haven Abuse Act)을 의회에 상정했다. 근래에는 스위스 연방은행(UBS) 탈세 사건을 계기로 수십년 간 사실상 사문화 됐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FBAR)의 집행에도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호주·아일랜드·노르웨이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IRS는 향후 이러한 해외계좌 미신고자에 대해 벌금형 등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하는 한편,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자발적 역외계좌 신고제를 통해 7500여명을 정상 과세권 내로 유도했다. 지난 9월엔 스위스 연방은행과 1년여간의 협상 끝에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들의 계좌정보 4450건을 제공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IRS는 이렇게 신고된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최고 1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상당한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세무행정 기조도 다르지 않다. 영국은 지난 2007년 가산세 감면과 기소 면제조건의 해외 탈루소득 자진신고제를 통해 총 4억파운드를 추징했다. 프랑스는 최근 3개의 스위스 연방은행으로부터 탈세혐의가 있는 계좌정보 3000여건(총 예치액 43억달러)를 수집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특히 이전가격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위기 대처과정에서 누증된 국가채무 해소를 위해 세수기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위기 국면의 반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급격한 세율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기업경쟁력 훼손과 경제위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조세정의에도 부합하는 가장 적합한 세수확보방안은 해외재산은닉과 역외소득탈루 분야의 조세행정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고 있듯 우리나라는 내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G-20의 주요 상설 의제 중 하나가 `역외소득탈루 차단을 위한 정보교환 확대문제`이며 이에 대해 의장국으로서의 수범적 성과를 제시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국세청도 올해 `해외탈루소득 신고센터`를 개설해 해외 탈세정보를 수집하고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하는 한편, 대자산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방지에 국세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조세행정 분야의 집중 이외에도 제도적 측면에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등 선진제도의 도입과 보완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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