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파산과 감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길고도 깊은 경기후퇴(recession)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 구제금융 불구 주택시장 침체 지속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마련했지만 금융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달 들어서만 프랭클린뱅크와 시큐리티퍼시픽뱅크가 파산, 올 들어 파산한 은행 수는 19개로 늘었다.
AIG를 회생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정부 자금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초 850억달러였던 AIG 구제금융 지원 규모를 15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그만큼 AIG가 유동성 회복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9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전월대비 4.6% 하락한 89.2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4%보다 큰 하락폭이다.
잠정 주택판매는 매매계약이 체결됐지만 대금지급 등 거래가 종료되지 않은 계약 건수를 집계한 것으로 기존주택 판매의 선행지표다. 이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실물경제로 타격은 옮겨 붙었다. 대기업들의 파산과 감원이 이어지면서 연말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CAR)는 제너럴모터스(GM)와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등 `디트로이트 빅3` 중 1개 혹은 그 이상의 업체가 향후 12개월 내에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한 감원 규모는 첫 해에만 2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제우편 및 화물배송 회사인 DHL은 미국 내 특급우편 사업에서 철수하고 9500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DHL 미국 법인의 감원 규모는 총 1만4900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가전업체 월풀,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제약 업체 머크 등이 수천명씩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기업들의 감원은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타격은 소비 둔화로 직결되고 있다.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 폭은 지난 2004년 6월 이후 4년여만에 최대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는 길고도 깊은 후퇴기로 접어들고 있다.
블루칩 이코노믹인디케이터가 이코노미스트 4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 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GDP는 올 4분기 마이너스 2.8% 증가율을 기록하고, 내년 1분기에도 1.5%의 마이너스 증가를 보인 이후 내년 2분기 돼서야 0.2%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은 내년 평균 7.4%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랜델 무어 블루칩 에디터는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의 경기후퇴가 지난 2001년이나 1990~1991년보다 깊고 오래 갈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