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 기술주 하락 언제까지

  • 등록 2000-07-28 오후 2:57:03

    수정 2000-07-28 오후 2:57:03

지난 24일의 IDC와 데이터퀘스트의 PC 산업 성장둔화 리포트에서 시작된 전 세계 PC 및 반도체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LSI로직, KLA-텐코 등 반도체 주식들의 실적 악화 발표에 이어, 유럽 2위 기업인 통신업체인 노키아의 성장 둔화 전망까지 발표되면서 통신업체 주식까지 동반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의 대형 통신업체인 에릭슨은 지난주에 실적 부진을 발표, 주가가 폭락한 적이 있다. 여기에 아마존의 매출 증가세 둔화 발표가 인터넷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전 세계의 기술주가 추락하고 있다. 설상가상격으로 악재에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지난 1주간을 놓고 볼 때 컴팩이 적자에서 흑자 반전을 발표, 컴퓨터 주식의 추가하락을 막은 것을 빼놓고는 기술주에 대한 호재가 거의 없었다. e-베이의 실적 호전 발표는 아마존의 매출 증가세 둔화 발표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일단 PC산업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IDC가 2분기 PC 성장세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불과한 14.5%에 그쳤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저가-무료 PC 열풍이 불었던 작년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성장추세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상반기의 성장세 둔화는 구매 수요 하락 때문이 아니라 재고 부족 때문이라는 것. 현재 미국 PC 업체의 재고는 부품 부족탓에 2주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시스코 시스템스를 비롯한 네트워킹 업체가 지난 4~5월에 부품 부족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현상이 PC 산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는 괜찮지만 매출 증가세는 미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 저가 PC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고가 PC는 매출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저가 PC 열풍을 몰고 왔던 e-머신스의 경우, 작년보다 매출액이 42%나 줄어든 1억2450만 달러를 기록했고, 손실도 47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대부분의 PC 업체는 개인 고객보다는 기업 고객쪽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PC 산업이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 미국의 경우, PC는 이제 고가품이 아닌 필수 가전제품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등을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나 아직 중국등의 시장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시장을 대체할 만한 규모로 육성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앞으로 5년간 데스크탑 PC산업의 성장속도는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PC 보다 반도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경기 논쟁이 다시금 불붙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 논쟁의 핵심은 한마디로 "피크를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아거스 리서치의 시장 투자전략가인 웬디 아브라모위츠는 "반도체 시장이 피크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반도체 주가가 하락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내년까지 수요가 강할 것으로 보지만 주가는 시장보다 더 빨리 정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은 아직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주가는 이미 그러한 성장 전망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가로 봤을 때는 꺾일만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LSI로직, KLA-텐코 등의 실적 부진으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등의 실적 호전 발표가 묻혔다. 호재는 당연시하고 악재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의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내준 것이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월 들어서만 16.7%나 하락했다. 그러나 올들어 지금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아직도 35% 상승한 수준이다. 또 노키아가 "3분기에는 성장속도가 2분기보다 못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반도체 업종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키아의 성장둔화 전망은 통신용 칩을 만드는 반도체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발표 이후 베어스턴스, 뱅크오브 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딘 위터, DLJ 등이 모두 노키아의 추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모토로라도 덩달아 하향곡선을 그렸다. 에릭슨의 경우, 지난주말 핸드셋 비즈니스 문제로 3분기 순이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 통신업체 주가에 암운을 드리운 적이 있다. 아마존의 경우는 PC, 반도체, 통신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시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매출 증가세 둔화 발표는 곧바로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실적 발표이후 리만 브라더스, 뱅크오브 아메리카, 로버트슨 스티븐스, SG코웬, 프루덴셜 증권 등 8개 기관으로부터 추천 등급의 하향 조정을 당했다. 결국 반도체, PC, 통신, 인터넷 등 기술주의 반등은 시장에 긍정적인 새로운 경제 데이터가 나오던지, 아니면 대형 기업의 실적 호전 발표가 있기 전에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가 매수세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제 곧 미국에서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저가 매수세로 인한 반등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또 이것은 기술주의 실적 악화라는 돌발악재가 없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나스닥 지수의 경우, 200일 이동평균선의 하향돌파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5월에 200일 이동 평균선을 하향 돌파한 뒤 지난 6월부터 거의 2개월간은 그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최근 지수가 하락하면서 하향 돌파가 우려되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부사장인 네드 콜린스는 "지난 몇년간 실제로 섬머 랠리는 없었다"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8월22일로 예정된 미 연방은행 공개시장위원회의 회의가 있기 전까지는 기술주의 섬머 랠리를 기대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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