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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피해자모임 등에 따르면 신씨와 같이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본 이들만 47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씨처럼 온라인에서 표와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3월 사기를 당한 직후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꾸렸다. 신씨는 “이 모임에 가입하려면 본인 인증은 물론이고 사기 피해를 당했던 캡처본과 대화 내역, 이체 내역 등을 검증 받은 뒤에 가능하다”면서 “지금도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표와 중고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통장에 넣었지만, 연락이 두절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사기꾼은 동일한 주민등록증에 사람 이름을 바꿔가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기준으로 피해액이 33억 5056만 49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훈아 티켓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8000만원의 돈을 쓴 경우가 가장 큰 피해 금액이었다. 이어 6230만원과 5200만원을 티켓을 구매하려는 과정에 쓴 이들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 측은 “100만원 맞춰서 다시 입금해줘야 환불 된다는 식으로 해서 계속 보내다보니 저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이름만 바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안심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예컨대 한 명의 민증을 놓고 이름은 ‘오승현’, ‘박철우’, ‘강비송’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한 개 민증을 두고 최대 12번의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동일한 회사 명함을 가지고 이름만 바꾸거나, 사업자 등록증의 이름 등을 바꾸며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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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도 “피해 금액이 크면 당연히 조사가 빠르게 되겠지만, 소액이라면 하나하나 챙겨보는 게 쉽지 않다”면서 “과거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을 핑계로 주인에게 10만~20만원씩 뜯어낸 사기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식당 10군데씩 돌며 꽤 큰 규모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경우였지만 신고하기 전까지는 소액의 개별 사기 사건이라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스스로 조심해야 하며 나아가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각 신고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신분 자체가 위조돼 있고 다른 사람의 계좌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결국에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1차적으로 주의와 조심을 해야 하며, 사기를 당하면 신고해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차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