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의료기기업체 레이(RAY). 이 회사 창업자인 이상철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이같이 힘 있게 답했다. 이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5년 3월 당시 레이 본사가 있던, 지금은 생산시설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사업장에서였다. 현재 레이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벨리에 있다.
레이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는 이 대표와 회사가 큰 변화를 겪던 시기였다. 우선 이 대표가 삼성 측으로부터 레이 지분을 다시 사들인지 한 달 정도 지난 때였다. 그리고 회사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이런 내용에 인터뷰를 하러 갔던 기자는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희대에서 의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대표가 2004년 창업한 레이는 줄곧 치과용 엑스레이(CT) 분야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첫 제품 출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자금도 예상보다 많이 필요했다. 결국 이 대표는 큰 결심을 내려야 했다. 그는 2010년 당시 보유 지분 상당수를 삼성 측에 넘기고 스스로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한 이 대표와 임직원은 연구개발(R&D)에 몰두했으며, 그 결과 2012년 첫 치과용 엑스레이 제품인 ‘레이스캔 알파’(RAYSCAN alpha)를 출시할 수 있었다.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창업 후 8년이나 걸린 셈이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레이가 독자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 2015년 초에 삼성 측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다시 사들였다. 삼성과 결별을 선언하고 오너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한 레이는 레이스캔 알파를 잇는 추가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레이는 기능을 한층 강화한 ‘레이스캔 알파 플러스’를 2015년 하반기에 출시할 수 있었다. 레이스캔 알파 플러스는 레이스캔 알파와 함께 해외시장에 활발히 수출됐다.
치과용 엑스레이 분야에서 자리 잡은 이 대표는 이어 의료기기 영역 안에서 사업을 확장해갔다. 2017년에는 치과용 임플란트와 관련, 수술 가이드 등을 만들 수 있는 3D(3차원)프린터 ‘레이덴트 스튜디오’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치아를 엑스레이로 촬영한 후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까지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토털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렇듯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보유한 사례는 국내에선 유일하며,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였다. 레이는 레이덴트 스튜디오를 지난해 국내외 유수 임플란트 업체와 네트워크치과 등에 공급하며 첫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거래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는 앞서 2015년 미국 뉴저지와 애틀랜타에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6년에 일본 도쿄와 호주 시드니, 2017년에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법인을 마련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지사를 법인으로 승격해 운영 중이다.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최근에 기업공개까지 실현한 이 대표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