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life]대한항공 사태, 연금사회주의 비판 합당한가

스튜어드십 코드 올바른 인식으로 건전한 자본시장 만들어야
  • 등록 2019-03-30 오전 8:20:00

    수정 2019-03-30 오전 8:20:00

송태원 변호사


[송태원 DB금융투자 변호사] 상장회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에서 최대 이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행사였다. 대한항공의 이사선임 안건에서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유효표를 얻지 못해 이사직 연임에 실패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의 배경에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 ship code)가 있다. 스튜어드십은 원래 중세시대 장원 영주의 재산관리인인 집사를 칭하는 ‘스튜어드’에서 유래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장원 영주의 집사와 같이 가입자들의 재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이익 증대를 위해 충실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 역할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영국에서 2010년쯤 도입됐다. 이후 네덜란드와 스위스, 홍콩,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전부터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관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는 모습이 있었다. 영국 등 해외에서 마련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의 원칙과 활동내역 공개 등 스튜어드십 활동의 기준과 결과를 공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감시와 관여 활동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7대 원칙을 마련했고, 국민연금이 2018년 이를 채택하는 등 현재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채택하고 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의 핵심은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원칙을 제정·공개하는 것 △그 활동내역을 공개하는 것 △의결권 행사 원칙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영국에서와 같이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와 관여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한항공 사태에 대해서는 ‘연금사회주의’라는 식의 비판적 인식이 상당하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영국에서는 가입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주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이익 증대를 위한 활동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필요성이 인식되고 이는 고객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흐름을 대체로 정부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시장 자생적이 아녔다고 해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그러한 비판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자체를 막기 위한 정치적 공세인 측면이 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업지배구조 후진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기업 경영진과 일반주주 간에 이익이 상충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견제역할로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인식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또 다른 비판의 원인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연금 자산의 운용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38조원으로 주요 상장사의 최대주주 내지 주요주주의 위치에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 행사에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예단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주주이익 증대라는 목적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한계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가 수익률을 무시하고 맹목적 공익에 찬동하기 위해 주주이익을 해하면서까지 주주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연기금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만을 근거로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기준이 주주이익에 부합하도록 상세히 마련되고 가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과정의 투명성 확보는 가장 강력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착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송태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 △삼성증권 선임변호사 △네이버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원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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