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무형문화유산 '김장' 위태…김장포기族 3년간 증가세

대상 종가집, 50대 이상 장노년층 '김포족' 늘었다
포장김치 보편화, 지난해 시장규모 2097억까지 늘어
올해 예상 비용 20만~25만, 지난해比 5만원 가량 증가
  • 등록 2018-11-07 오전 8:10:25

    수정 2018-11-07 오전 8:11:12

지난 2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축제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고랭지 김장축제’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김장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 2013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장 문화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직접 김장을 하는 것이 익숙했던 50대 이상 주부들도 김장을 포기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반면, 포장 김치 이용은 갈수록 보편화 하는 추세다.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총 열흘간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총 288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0대 이상 주부들 중 김장 포기를 선언한 응답자는 47%로, 2016년(33%) 대비 14%포인트 증가하며 최근 3년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전체 응답자 중 ‘김장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56%로 나타나 2016년(47%) 대비 9% 포인트 증가했다.

김장 계획이 없는 주부들 중 김장 대신 포장 김치를 구입하겠다는 답변은 54%로, 2016년(38%) 대비 16%포인트 상승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김장을 하는 것보다 사먹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김장 재료 물가가 지난해 동기 대비 높게 형성돼 있어 심리적인 부담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장노년층 “김장 계획 없다”, 김장 대신 포장김치 이용 보편화

조사 결과 눈에 띄는 것은 연령별 김장 행태의 변화다. 특히 응답자 중 50대 이상 주부들의 절반 가까운 47%가 ‘김장 계획이 없다’고 답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50대 이상 주부들은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 △고된 노동(50%) △시간 일손 등 부족(24%) △적은 식구 수로 김장 불필요(16%) 등을 꼽았다. 또 ‘포장 김치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61%로,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포장 김치 이용에 대한 보편화 추세가 나타났다. 육체적 노동이 컸던 김장에서 벗어나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인식 변화가 엿보였다.

‘가족 김장’에서 ‘셀프(self) 김장’으로

특이한 점은 젊은 ‘셀프 김장족(族)’의 등장이다. 2530 주부들 중 절반이 넘는 51%가 김장을 하겠다고 답해, 50세 미만 주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누구와 함께 김장을 하냐’는 항목이 처음으로 조사된 2016년 조사에서는 ‘친정이나 시댁과 함께 김장을 한다’는 답변이 66%로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 없이 직접 김장을 담근다’는 답변이 51%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 ‘셀프 김장’ 비율은 6065 주부가 74%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2530 주부가 69%를 차지했다.

젊은 ‘셀프 김장족’의 등장은 최근 집밥 트렌드와 김장량의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혼자 김장을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족 입맛에 딱 맞는 김장을 담그고 싶어서’(48%)의 뒤를 이어 ‘김장 양이 많지 않아서’(29%)를 꼽았다. 실제 35세 이하 셀프 김장족 중 어느 정도의 김장을 담그냐는 질문에 20포기 이하가 60%를 차지했고, 10포기 이하라는 답변이 26%를 차지해 김장의 소량화 추세를 뒷받침 했다.

김장 준비는 ‘친정이나 시댁의 김장 노하우를 전수 받아’하는 경우가 72%로 대다수였고 그 외 ‘블로그 등 김장 레시피 검색’(13%), ‘감으로 눈치껏’(11%)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절임 배추와 시판 양념도 대가족 단위의 김장에서 각각의 독립 가정에서 김장을 하는 형식으로의 변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장 담그는 방식’에 대한 조사에서 57%의 주부들이 절임 배추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절임 배추 구입 후 양념 속만 직접 만든다’는 답변이 44%, ‘절임배추와 양념 속 모두 구입한다’는 답변이 13%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김장은 소량, 포장 김치는 중용량이 대세

직접 김장을 담그는 경우 지난해에 이어 소량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김장을 계획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예상하는 김장 배추 양을 물었을 때 20포기 이하를 담근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했다. 또 전체 응답자중 5포기 이하로 김장을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처음으로 등장(5%)했는데, 올해는 8%로 작년 대비 3% 포인트 증가하며 소량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장 김치를 구매한다는 주부들에게 구매 단위를 물었을 때에는 3~5㎏ 중용량 제품을 구입한다는 의견이 56%로 파악돼, 지난해(25%)보다 구매 단위가 커졌다. 간편식의 확대 및 집밥 트렌드로 인해 김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데다 소용량 보다는 중량 포장 이상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구매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김장 비용의 변동률을 묻는 문항에는 전체의 84%가 ‘더 오를 것’이라고 답해 전반적으로 주부들이 체감하는 김장 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10% 이상~20% 미만 상승’이 39%, ‘20% 이상 상승’이 30%, ‘10% 미만 상승’에 답한 비율이 15%인 것으로 파악됐다. ‘20포기 기준, 올해 예상 김장 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20만~25만원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는 답변이 37%로 가장 높아 지난해 예상 비용 15만~20만원 보다 5만원 가량 비용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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