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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콜라를 예로 들어보죠.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 슈퍼에서 파는 코카콜라 콜라에는 잘사는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 팔리는 콜라보다 단맛은 내지만 몸에 좋지 않게 여겨지는 설탕과 프루토-글루코스 시럽 함유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슬로베니아에서 팔리는 식품업체 스파의 딸기요구르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팔리는 같은 제품보다 딸기가 40%나 적게 들어 있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같은 제품 원료 함유량 차이에 대해 “해당 지역 소비자 기호에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고요.
이밖에도 일부 글로벌 기업이 루마니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미트볼(고기완자)에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동유럽에 팔리는 냉동피자 사이즈가 서유럽에 팔리는 동일 제품보다 사이즈가 작고, 동유럽 음료제품에는 유통기간을 길게 만들기 위해 방부제 첨가량을 늘린다는 등 동유럽 내 글로벌 기업들의 식품과 관련한 불만과 의혹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국 시장에서 팔리는 식료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자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못 믿겠다며 국경을 접한 오스트리아에 비싼 돈을 주고라도 질 높은 식료품을 사기위해 가는 슬로바키아 인들도 늘고 있고요.
동유럽 정부들이 아무리 시정요구를 해도 글로벌 기업들이 묵묵부답이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식품 안전을 총괄하는 EU집행위원회가 직접 나서면서 EU와 다국적 식료품 생산업체들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같은 브랜드와 포장도 같은 제품에 원료 종류와 함량 등을 달리해 파는 것은 소비자를 호도하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동유럽 국가들에게 차별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식음료를 내다 파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절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EU 회원국에 일괄적으로 같은 기준으로 제품을 검사할 수 있는 단일 검사 체계를 도입하는 등 다국적 기업들의 차별적인 행위를 근절하겠다며 단호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선임 법률위원은 “다국적 기업들이 식료품 안전과 관련해 EU법을 어긴 증거들이 있다”며 “EU 회원국들이 이같은 위반에 대해 대항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흔히 여행객들은 서유럽을 여행하다 동유럽을 여행하면 상대적으로 낮아진 물가에 안도합니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파는 식음료 제품의 가격이 저렴하면서 조금은 맘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기지요. 그런데 이같은 낮은 가격이 제품 퀄리티 저하를 동반한다면 저렴한 가격의 제품에 대해 이전처럼 그리 반길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모든 제품은 아니지만 동유럽 시장에 유통되는 식음료 제품의 품질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 서유럽을 여행하다 동유럽으로 넘어갈 때 가방에 서유럽 마트나 시장에서 산 음식들을 한가득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겠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