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암 발생·전이 새로운 조절 기전 규명"

백성희 교수팀,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게재
히프원 단백질의 메틸화 통한 신개념 암 치료법 제시
  • 등록 2016-02-14 오후 12:00:00

    수정 2016-02-14 오후 12:00:00

백성희 서울대 교수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암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 열린다.”

암 발생 및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히프원(HIF-1) 단백질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밝혀졌다.

히프원 (Hypoxia-inducible factor-1) 단백질은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이 유도되는 단백질로써 암 발생 및 전이를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은 서울대 백성희 교수팀이 최근 암 유발인자인 히프원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메틸화 기전을 밝혀내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14일 밝혔다.

백 교수는“실제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히프원 유전자의 돌연변이 가운데 메틸화와 연관성 있는 돌연변이를 발견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틸화(methylation)는 유기화합물의 수소원자를 메틸기(-CH3)로 치환하는 반응으로, 특정 단백질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프원 단백질에 메틸화가 일어나면 단백질이 분해돼 암 발생 및 전이가 억제되며, 이와 반대로 히프원 단백질에 메틸화가 억제되면 단백질이 안정화돼 암 발생 및 전이가 촉진되는 새로운 조절 기전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히프원 단백질이 저산소 상황에서만 발현이 유도되는 특징에 착안해 이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약 7년간 이 연구에 집중했다.

생체 내에서 히프원 단백질의 메틸화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히프원 단백질의 메틸화가 일어나지 않는 돌연변이 쥐를 제작, 생체 내에서 암 발생 및 혈관 생성 기능을 살펴봤다. 그 결과, 돌연변이 쥐에서 대조군과 대비할 때 종양의 크기가 커지고 종양 주위의 혈관 또한 더 많이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히프원 단백질에 메틸화가 일어나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암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히프원 단백질과 결합하는 LSD1이라는 탈메틸화 효소도 발견했다. LSD1은 히프원 단백질 메틸화를 억제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이 경우에 히프원 단백질은 안정화되면서 암 발생 및 전이가 촉진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LSD1(Lysine-Specific Demethylase)은 최초로 밝혀진 탈메틸화 효소로 유방암, 전립선암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지에 1월 13일자 온라인으로 발표된 이 연구는 LSD1 억제제를 이용해 히프원 단백질의 메틸화를 늘려주면 히프원 단백질을 분해시켜서 암 발생 및 전이를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동시에 이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대조군에 비해 Hif-1aKA/KA knockin 쥐(히프원 단백질의 메틸화가 일어나지 않는 쥐)의 경우 히프원 단백질이 많이 발현하며 혈관형성에 중요한 VEGF의 발현도 증대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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