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페달을 밟고 시속 100km이상으로 속도를 올린 다음 ‘다이나믹’ 모드로 엔진음을 선택하자 현대차(005380)의 벨로스터 터보는 목표물을 향해 달려가는 맹수로 돌변했다. 이어 ‘콘서트’ 모드를 선택하자 다이나믹 모드보다는 훨씬 귀가 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엔진음이 들렸다. 고배기량의 스포츠 세단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최근 발표한 주행음 구현기술(ASD)를 실제 차량에 적용해 주행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엔진 소리가 아닌 차량 내부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였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현대·기아차에서 진동·소음 분야만 20년 가까이 연구해온 남양연구소 사운드리서치랩팀의 박동철(46) 연구위원은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소리에 콘텐츠를 넣어 운전의 즐거움을 더 많이 만끽할 수 있다”며 “고급차는 시각은 물론 청각적인 부분에서도 정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몇년 새 사운드 디자인에 힘을 쏟는 이유다.
애플 아이폰의 기본 벨소리인 ‘마림바’는 아이폰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기아차 역시 각 브랜드가 갖고 있는 특징과 방향성에 맞는 소리들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고 작년 NVH리서치랩이 꾸려지며 소리 디자인 작업이 더욱 구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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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해당 부분의 소리를 디자인하고 그 부분의 부품들이 디자인되는 방식으로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소리에 따라 부품의 디자인이, 부품 디자인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공모전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얼마나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IT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리를 디자인하고 있는 인재들의 입사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모 회사의 휴대폰 문자알림소리인 ‘카톡왔숑’을 만든 작곡가 출신 소리 디자이너도 현대·기아차로 입사했다.
그는 매년 독일과 미국을 방문해 소리 연구소에서 소리 디자인의 트렌드와 선진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박 연구위원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ASD와 ANC 기술을 적용한 양산차를 고객들에게 내놓는 것. 아울러 현대·기아차만의 소리를 디자인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앞으로 현대차는 단순하지만 부드럽게 고객을 위해주는 소리를, 기아차는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며 “‘소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현대·기아차의 사운드가 다른 세계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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