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서울연극제가 16일 《피카소의 여인들》로 개막한다. 이어 지난 30년 한국연극계를 진동시켰던 명작 9편이 불려 나온다. 서울연극협회는 "역대 참가작 290여편 중 연극인·관객의 추천을 받아 리바이벌 작 9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명품 릴레이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출발한 서울연극제는 한국연극을 견인했다. 2001년부터 3년간은 서울공연예술제로 흡수되기도 했다. 축제 겸 경연 방식으로 연극의 질적 수준을 높였고, 극작가·배우·연출가 등 재능 있는 신진을 발굴했다는 평이다.
30년 기념 잔칫상을 채울 9편은 발표순으로 1980년대가 4편, 1990년대 4편, 2000년대 1편이다. 1984년 초연한 《봄날》과 《한스와 그레텔》에서는 엄혹한 시대상이 읽힌다. 이강백이 쓴 《봄날》은 산골에서 절대권력처럼 군림하는 아버지와 일곱 아들들의 이야기다. 장남은 어머니같이 자상하고 막내는 병약한데, 한 소녀가 들어오면서 드라마가 급회전을 한다. 최인훈의 《한스와 그레텔》은 전쟁과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망가지는가에 집중한다.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1990)는 살벌하게 변한 세상에 분노한 용왕이 서울 암행에 나서고 심청이가 동행하며 겪는 비극. 심청이가 또 다시 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충격적이다.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들려줄 윤조병의 《풍금소리》(1986), 화가 이중섭을 주인공으로 김의경이 쓴 《길 떠나는 가족》(1991), 여성 작가 정복근의 대표작 《이런 노래》(1994), 이해제의 《흉가에 볕들어라》(1999), 이윤택이 쓴 《아름다운 남자》(2006)도 대학로에 회자되는 수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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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온다
기라성 같은 배우·연출가들이 모인다. 지난 7일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50대 배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불가불가》에는 김인태(79)·박웅(69)·이호재(68)가, 《봄날》에는 오현경(73)이 출연한다. 오현경은 "배우란 이런 것이구나를 깨우쳐 주었다"(극작가 이강백)는 배우다.
《심청이는 왜…》의 오태석을 비롯해 채윤일(《불가불가》), 남미정(《아름다운 남자》), 이기도(《흉가에 볕들어라》) 등 초연 연출가들이 다시 매만지는 연극이 4편이다. 채윤일은 출연진이 30명이 넘는 《불가불가》에 전념하기 위해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가에서 사퇴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피카소의 여인들》은 서울연극제를 자축하는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 화가 피카소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숱한 여인들 중 50대의 재클린(김성녀), 40대 올가(서이숙), 30대 프랑수아즈(배해선), 20대 마리테레즈(이태린)가 '인간 피카소'에 대해 말한다. 20~40분짜리 모노드라마 4편의 묶음 형식이다. 축제 관련 문의 (02)765-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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