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반백년 새우깡..최장수 스낵에서 젊은 브랜드로

출시 50주년…누적 83억 봉지 팔려
자꾸 입맛 당기는 '짭짤하고 고소한 맛'
누적 매출 2.1조…1초당 5개씩 팔려나가
'매운새우깡' 등 트렌드 따라 꾸준히 확장
  • 등록 2021-12-05 오후 1:12:33

    수정 2021-12-06 오전 8:43:19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어른손, 아이손, 자꾸만 손이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아는 ‘국민 과자’ 농심 ‘새우깡’의 대표 CM송이다. 재미있게 중독성 있는 선율에 ‘손’과 ‘깡’ 등 쉽게 기억에 남는 음절 덕분에 전래 동요 못지 않게 널리 알려졌다. 옛 새우깡 TV광고(CF)를 한 번만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가사만 보더라도 곧바로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그런 새우깡이 이달로 꼭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1971년 12월 처음 탄생한 새우깡은 CM송 가사처럼 한번 먹기 시작하면 다 먹기 전까지 멈출 수 없는 맛과 식감으로 지난 반백 년 동안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 왔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새우깡을 단 한 번이라도 먹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번달 출시 50주년을 맞은 농심 ‘새우깡’.(사진=농심)
50살 새우깡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지난 9월 말 기준 농심 새우깡 단일 브랜드의 누적 매출액은 무려 2조1000억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900억원 어치를 팔았다. 1971년 출시 당시 새우깡 한 봉지 가격이 50원이었고 현재 편의점에서 1300원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실제 지난 50년 간 누적 판매량은 83억 봉지가 넘는다. 이는 월 평균 약 1383만개, 하루 평균 46만개, 1분당 320개, 1초당 5개씩 팔려나가는 꼴이다.

넉넉하지 않던 시절 칼슘 등 영양 고려해 개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나이의 새우깡은 어떻게 오랜 시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어떤 깨달음을 알았을까. 그 비결로 스낵 본연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맛과 식감’을 꼽는다. 제품 명칭처럼 ‘생새우’를 활용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중독성 있게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자꾸 입맛을 당기게 한다. 실제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 크기의 생새우가 4~5마리씩 들어간다. 또 입안에서 바삭 경쾌하게 씹히는 식감도 먹는 재미를 더한다는 평가다.

국내 최초 스낵 새우깡의 탄생 스토리는 이렇다. 농심이 새우깡 출시를 준비하던 1971년은 비스킷·캔디·건빵류 이외 요즘 스낵과 같은 먹거리는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소고기 라면 출시에 성공한 농심은 스낵 역시 최초 개발에 나서며 새우를 주재료로 결정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새우 소금구이’ 맛을 살리자는 게 제품 개발 콘셉트였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먹거리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인지라 새우의 좋은 맛뿐 아니라 칼슘 등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농심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스낵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백지 상태에서 연구와 개발을 시작하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당시 개발을 맡은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 가다시피히며 연구에 몰두했다.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적의 튀김 온도와 시간을 찾을 때까지 수도 없이 태워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고 먹기에 가장 적당한 스낵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 이뤄졌다. 그렇게 연구·개발에 쓰이고 버려진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대 분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초반 당시 한국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과감한 투자였다.

▲농심 새우깡 패키지 변천사.(사진=농심)
새우깡 맛의 또 다른 비결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구워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살리기 위해 가열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새우깡을 생산했다. 기름에 직접 튀기지 않아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풀어올라 특유의 바삭한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선대회장의 굳건한 의지에 힘입어 마침내 독자적 공법으로 완성한 새우깡이 세상의 빛을 봤다. 국내 최초로 스낵 시장의 문을 연 새우깡은 출시 초기부터 흥행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서울 대방동 농심 공장에는 지방에서부터 선금을 들고 새우깡을 매입하려는 도·소매업자들의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새우깡의 생산량은 첫해 20만6000박스에서 1년 새 425만 박스까지 20배 이상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 비슷한 모양과 식감의 스낵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농심이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 구축한 자체 기술인 소금으로 구워 만든 새우깡 특유의 맛과 품질까지 모방할 수는 없었다.

가수 비 모델 기용…‘깡 열풍’ 타고 ‘밈’으로 떠올라

새우깡의 빠른 인기에는 친근한 브랜드명도 한몫했다. 새우깡의 ‘깡’이 우리나라 옛 서민 음식인 ‘깡밥’ 또는 ‘깡보리밥’을 연상시키면서다. 사실 새우깡 명칭은 고 신춘호 회장의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신 회장이 제품명을 놓고 고민을 하던 중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잘못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새우에 깡을 붙여봤더니 묘하게 잘 어울린데다 어감도 재밌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새우깡’ 브랜드가 탄생했다.

농심의 예상은 적중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과거 1970~80년대 새우깡을 먹고 자란 어린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새우깡을 즐긴다. 가정에서 간식으로, 캠핑 등 여행지 주전부리로 호프집 안주로도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소비자들의 꾸준한 선택이 따르면서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손자·손녀까지 3대가 함께 즐기는 국민 스낵이자 시장 내 확고한 1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시내 한 마트 스낵 판매대에서 한 주부가 농심 신제품 ‘새우깡 블랙’을 구매하고 있다.(사진=농심)
새우깡은 국내 최고령이자 최장수 스낵이지만 가장 젊은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 마케팅으로 요즘 젊은 MZ세대들과의 소통을 지속 넓혀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이르납 ‘깡 열풍’이 불며 새우깡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떠올랐다. 가수 비(정지훈)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뒤늦게 화제를 일으키면서다. SNS 상에서 관련 패러디 영상 등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면서 하루 한번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1일 1깡’, 밥 먹고 새우깡을 먹는다는 ‘식후깡’, 안무를 따라하는 ‘깡 챌린지’ 등의 유행어가 넘쳐났다.

소비자들은 깡 열풍과 함께 자연스레 새우깡을 떠올렸고 가수 비를 모델로 선정할 것을 요청해왔다. 농심은 소비자의 요구에 응해 지난해 6월 가수 비를 새우깡 모델로 전격 발탁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작하고 새우깡과 비의 노래 깡을 함께 즐기는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 진행 등 소비자와의 소통을 넓혀갔다.

‘깡 열풍’이 지속하자 농심은 그해 10월 새우깡의 자매품 ‘옥수수깡’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깡 스낵 라인업도 확장했다. 1971년 새우깡, 1972년 감자깡, 1973년 고구마깡 및 양파깡 출시에 이어 47년 만의 깡 시리즈 신제품이다. 이는 곧 농심 깡 시리즈 스낵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새우깡 역시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브랜드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오리지널 새우깡(1971년 12월 출시)에 이어 ‘매운 새우깡’(2000년 4월), ‘쌀 새우깡’(2004년 6월), ‘새우깡 블랙’(2021년 10월) 등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 고유의 맛과 아이덴티티(정체성)는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국민 스낵’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