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北 탄도탄 요격, 국산미사일 '천궁' 실전배치

  • 등록 2020-11-29 오후 12:04:15

    수정 2020-11-29 오후 12:04:1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천궁-Ⅱ(철매-Ⅱ 성능개량)가 최근 서해안에 위치한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포대에 배치됐습니다. 항공기 공격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전력화 된 것입니다.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선진 몇 개국에서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유도무기 체계입니다. 천궁-Ⅱ는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천궁을 기반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나 비용, 기술 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항공기 보다 작고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말이 성능개량 버전이지, 기존 천궁과 천궁-Ⅱ는 아예 다른 무기체계라는 얘기입니다.

천궁-II 무기체계를 구성하는 (왼쪽부터)다기능레이더, 발사대, 통제소 [사진=방위사업청]
국산 ‘천궁’ 개발…지대공유도무기 세대교체

천궁은 적 항공기나 유도탄 등 이륙한 비행체를 파괴·무력화하거나 공격력을 줄이기 위한 무기체계입니다. ‘한국판 패트리엇’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지대공유도무기체계는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복합돼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합니다. 1960년대 미국의 방공전력인 호크(Hawk)와 나이키(Nike Hurkules)를 들여와 쓰던 공군은 천궁의 개발로 노후화 한 무기의 운영유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고 무기체계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하게 됐습니다.

천궁 체계는 크게 교전 통제소와 다기능레이더, 발사대, 유도탄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에는 탄두, 신관, 탐색기, 레이돔, 유도조종장치, 관성항법장치, 지령수신기, 구동장치, 측추력기, 추진기관, 기체, 원격측정장치 등 상당히 많은 구성품이 탑재돼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개발 프로젝트였지만, LIG넥스원 등 17개 업체와 관련기관 1100여명의 인력이 개발에 참여해 천궁 개발에 몰두한 이유입니다.

초기회전·능동유도 등 신기술 적용

천궁의 가장 큰 특징은 공중으로 유도탄이 발사된 초기에 다시 방향을 틀어 목표물을 향해 비행하는 ‘초기회전방식’ 입니다. 유도판 옆면에 별도의 추진력을 내는 측추력기를 이용한 것으로 어느 선진국에서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초기회전방식입니다. 보통 측추력기는 유도조종의 마지막(종말단계)에 사용됩니다.

이같은 초기회전방식으로 천궁 발사대 내에는 화염처리장치가 없습니다. 유도탄이 발사대에서 날아오른 뒤 공중에서 추진기관을 점화시키는 ‘콜드런칭’(Cold Launching) 방식으로 발사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직발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경사발사 방식처럼 표적 방향으로 발사대를 틀 필요도 없습니다. 적 비행체가 어느 방향으로 침투하더라도 발사대 방향을 바꿀 필요없이 신속하게 요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천궁 시험발사에서 유도탄이 목표 항공기에 명중했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발사된 유도탄은 관성항법 유도방식을 통해 미리 계산한 예상 명중점을 향해 비행합니다. 비행 중에는 유도탄 탐색기를 통해 표적을 추적합니다. ‘능동유도방식’이 적용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능동유도방식은 목표물의 탐지·추적을 지상에 있는 레이더와 함께 하는 ‘반능동유도방식’ 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표적의 움직에 대응할 수 있고, 보다 정밀한 추적이 가능합니다.

유도탄이 표적에 접근하면 근접 신관이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탄두를 폭파시켜 표적을 격파합니다. 특히 천궁은 표적지향성 탄두이기 때문에, 모든 파편이 표적 방향으로 집중돼 탄두 효과가 배가됩니다. 일반적인 지대공 유도탄 탄두의 파편이 360도 방향으로 균일하게 분산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천궁 성능개량, 높고 빠른 탄도탄까지 격추

그러나 이번에 전력화 된 천궁-Ⅱ는 기존 천궁에 탄도탄 요격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그친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향상된 기술이 적용돼 있습니다. 우선 요격 가능 구간까지 빠르게 도달시키기 위해 유도탄 모양을 바꿨습니다. 로켓 추진 기관의 크기를 키우고 추력도 늘렸기 때문입니다.

또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마지막 종말유도단계에서 궤적을 보정하기 위해 측추력기를 추가했습니다. 기체 재질의 내열성도 강화했다고 합니다. 이같이 형상이 변하면서 통합 제어 기술이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는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특히 천궁-Ⅱ는 기존 천궁과는 다르게 표적을 직격해 무력화 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이에 따라 고에너지 파편 탄두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탐색기 역시 천궁과 구성품은 같지만, 구조와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마하의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응답속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 전체가 움직여서 추력 방향을 변경하는 ‘직구동 김발(Gimbal) 구조’를 적용한 것입니다.

천궁-Ⅱ 시험발사에서 유도탄이 발사 후 방향을 틀어 표적을 향해 날아가 적 탄도미사일에 명중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이와 함께 천궁-Ⅱ의 통제소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 Cell)과 연동해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또 천궁-Ⅱ 유도탄 뿐만 아니라 기존 천궁 유도탄도 함께 운용할 수 있도록 해 탄도탄 및 항공기 교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패트리엇 통제소 등과도 데이터링크로 연동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다층방어 작전을 가능케 합니다.

이번 천궁-Ⅱ는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해 다수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 양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인 천궁-Ⅱ는 현재 개발 중인 또다른 국산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함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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