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나간 집서 돈 봉투 '슬쩍'…현직 경찰관 벌금형

  • 등록 2018-08-31 오전 8:54:07

    수정 2018-08-31 오전 8:54:07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 투데이)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나간 집에서 40여만원이 든 돈 봉투를 들고 나온 경찰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54) 경위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경위는 지난해 10월 6일 “여행을 다녀온 사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으로 출동했다. 현장 감식을 하던 김 경위는 “감식을 위해 가져가겠다”며 봉투 3개를 챙겼다.

당시 봉투 3개 중 1개에는 엔화 4만3000엔(약 43만원)이 들어있었다. 피해자가 “봉투 안에 엔화가 있지 않느냐”며 확인하려 하자 김 경위는 “지문이 묻을 수 있다”고 제지했다. 김 경위는 돈이 들어있지 않은 빈 봉투 2개만 열어 확인시켜준 뒤 엔화가 담긴 봉투를 수거해갔다.

김 경위가 돌아간 뒤 피해자는 수차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엔화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동료 경찰들의 추궁에도 김 경위는 “봉투에 돈이 없었다”, “기분이 나쁘다, 절대 모른다”고만 답변했다.

재판과정에서도 김 경위는 “절도범이 어질러 놓은 봉투 여러 개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가져갔을 뿐 돈을 훔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경위가 피해자에게 빈 봉투 2개만 열어 확인해준 점과 엔화 지폐가 9장이나 들어있는 것을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김 경위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돈이 사라진 사실을 알렸고 다른 경찰들이 김 경위에게 물어봤음에도 이를 ‘기분 나쁘다’라고 대응하는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다”라며 “김 경위가 경찰관으로서 의무를 위반해 이미 범죄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발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경위가 뒤늦게나마 돈을 모두 반환했고 피해자가 김 경위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점은 김 경위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경찰은 선고 내용을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경위는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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