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어릴 적 집에서 누런 잡종개를 길렀다. 어느 날 아버지, 형님들과 함께 누렁이를 데리고 신탄진 강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형이 누렁이를 번쩍 들어 강으로 던져 버리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애걸복걸했다. 형은 기어코 누렁이를 강으로 던졌고, 누렁이는 강물을 따라 내려갔다. 나는 누렁이가 물에 떠내려가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럭 겁이 났다.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누렁이는 영리한 개란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면 힘을 다 잃어버리고 물에 빠지고 말지. 누렁이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조금 후 누렁이는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물살을 가르며 강변으로 나오고 있었다. 자기보다 강한 흐름에 대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겨 그 힘을 역이용했다.
어린 마음에 깊이 각인된 강렬한 추억과 경험이다. 이 경험은 내게 있어 인생의 은유와도 같았다. `가끔은 몸과 마음을 자연스런 흐름에 내맡겨라.` 화가 나고 흥분되는 일이 생기거나 생각지도 못한 답답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는 바위에 전혀 부딪히지 않고 물을 따라 나뭇잎처럼 둥둥 떠내려가는 내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라. 본능에 맡기고 의지해라. 내면의 느낌을 신뢰하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 또한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며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바위와 부딪히며 사는 것과 같다. 인생에 절대적 진실이란 거의 없다. 그렇기에 흐름에 맡긴 채 새로운 사고방식에 마음을 여는 유연하고 느긋한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이따금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목표를 다시 한번 점검하거나 잠시 동안 그 일에서 손을 떼라. 아니면 더 자연스런 방향을 찾아 보는 것도 좋다. 파도에 저항하지 말고 자연스런 흐름에 그냥 몸을 내맡겨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에 부딪히면,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내 쉰 후 온 몸의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마음 속에 그려라.
무슨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저절로 느낌이 온다. 난 그런 느낌을 중시한다. 느낌이 찝찝하면 절대로 그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예감을 믿고 목숨을 구한 적도 있다. 지인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 입구에서 화장실에 간 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레스토랑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왠지 불편하고 찝찝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기다렸다. 조금 후 그 건물 3층에서 도색 작업을 하던 사람의 실수로 페인트통이 식당 문 앞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운이 없었다면 페인트통에 머리를 맞아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내면에서 울려 퍼지던 불쾌한 감정의 신호가 나를 구한 것이다.
어떤 일을 시도할 때 무언가 찝찝하고 불안할 때가 있다. 물론 시도를 한 후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도한 후에도 그런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거나 지속되면 그로 인한 손실이 이미 발생했더라도 나는 미련 없이 즉시 하던 일을 멈춘다.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감정을 놓치지 마라. 이런 불편한 느낌은 당신의 인생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마음의 신호를 무시한다면 결국에는 훨씬 더 큰 문제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직감에 귀를 기울여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마라. 뭔가 거스른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 일을 하지 말라는 내면의 신호다. 내면에서 불편한 느낌을 알리는 경고음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라. 무언가 말하고 있다. 당신의 느낌과 의지를 믿고 따를 때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라. 흐름에 몸을 맡겨라.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을 즐겨라. 그리고 그냥 내면에서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 바로 그 느낌을 따라 가보자.
◆ 윤경 변호사는…△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