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검사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파킨슨병 진행 여부 예측

수면 중 몸부림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수 있어 경각심 가져야
  • 등록 2018-01-23 오전 8:38:51

    수정 2018-01-23 오전 8:38:5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몸이 굳어가고, 손발이 떨리며, 잘 걷지 못하는 증상과 함께 우울, 불안감이 함께 동반되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발견된 지 200여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두려움의 대상이다.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 행동장애(수면 중에 잠꼬대, 몸부림을 치는 등 꿈 속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질환) 환자의 무려 50% 이상이 몇 년 이내에 파킨슨병을 앓게 된다는 것이 밝혀져, 이 질환이 앞으로 닥쳐올 파킨슨병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 교수,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 연구팀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중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파킨슨병으로 진행할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예측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2014년 3월 ~ 2015년 4월 사이에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8명, 파킨슨병 환자 18명, 비질환자 18명에게 동일기간에 각각 MRI 검사를 실시하고, 향후 약 2년간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지 여부를 추적했다.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 촬영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뇌 MRI 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2년 후에 파킨슨병으로 발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큰 차이가 발견됐다.

정상 렘수면행동장애환자(좌)와 파킨슨병 예견되는 렘수면행동장애환자(우) 뇌 MRI 이미지 비교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먼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7명의 경우 아무 질환도 없는 건강한 사람(비질환자)과 동일하게, 뇌 MRI 사진에서 하얗고 동그스름한 부분(흑질의 구조물인 nigrosome)이 발견됐다. 그런데 1 ~ 2년 후 파킨슨병으로 발전하게 되는 환자 11명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 18명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부분이 나타나지 않는 특별 소견을 보였다.

2년 동안 추적한 결과, 처음에 이러한 특별 소견을 보인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을 앓게 될 확률이 7.13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별소견이 연구를 진행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무려 60%에서(18명 중 11명)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도 경각심을 주었다.

배윤정 영상의학과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그저 잠버릇이 사나운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간단하고 부작용 없는 MRI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 진행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종민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미리 예측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의미 깊다”며 “향후 MRI 검사 기술이 보다 발전해 렘수면 행동장애에서 파킨슨병으로 발병, 진행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면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으로 발전할지 MRI 검사를 통해 예측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것은 세계 최초이며, 특히 이번 논문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인용도 1위인 영상학(Radiology) 저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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