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 영유아 청각신경병증... 원인 찾고 와우이식술 결과도 예측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팀
우리나라 청각신경병증 난청 영유아, 86%는 OTOF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
  • 등록 2015-12-16 오전 8:37:12

    수정 2015-12-16 오전 8:37:1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소리는 귀 속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외이를 통해 중이와 내이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이를 통해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뜻을 이해하게 되는데, 소리가 뇌로 보내지는 과정 중 한 부분(청신경, 내유모세포, 신경원세포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청각신경병증’이라는 난청을 앓게 된다.

청각신경병증은 청력의 손상 정도나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난청 질환으로 영유아 심고도 난청(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소리가 나는 사실에 대해서만 인지할 수 있는 상태)의 주요 원인이 된다.

더욱이 청각신경병증으로 심고도 난청이 발생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장 뛰어난 청각재활수단인 인공 와우(蝸牛, 달팽이관)이식 수술을 시행하는데, 인공와우이식술의 결과는 청각신경병증을 유발한 병소(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병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테면, 청각 신경 자체에 병소가 위치한 경우에는 청각 신경이 인공와우에 의해 충분히 자극될 수 없기 때문에 와우이식 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각 신경에는 문제가 없고 와우와 청각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신경간 연결부위)에 병소가 위치한 경우에는 인공와우를 통해 청각 신경이 충분히 자극될 수 있어 이식 후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소의 위치를 찾는 것은 청각 재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영유아 청각신경병증은 외국과 달리 청각경로 주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는 사실정도만 확인됐을 뿐, 유전자 단계에서의 정확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병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팀은 한국인 영유아 청각신경병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병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청각신경병증으로 내원한 심고도 난청 영유아 7명을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단순히 점돌연변이만을 훑어보는 수준을 넘어서는 최첨단 수준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명 중 6명의 청각신경병증 환자에서 OTOF(Otoferlin)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음을 찾아낼 수 있었다.

OTOF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관여하는 단백질 발현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청각신경병증이 나타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OTOF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 청각신경병증의 경우 와우와 청각 신경 사이 시냅스에 병소가 위치하므로 와우이식 후 우수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청각신경병증 난청은 드물다고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영유아에서 청각신경병증에 의한 심고도 난청이 나타날 경우 경험에 기반을 두어 난청 발병 원인과 자연경과 여부 등에 대해 예측만 할 수 있곤 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영유아 청각신경병증의 양상이 나타나는 즉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시술 후의 결과를 예측하고 보다 빠른 시기에 와우 이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정밀의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난청 영유아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 모두에게 보다 정확한 청각 재활을 시행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아가 청각재활에 정밀의학을 도입하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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